03. 내 몸을 챙긴다는 것.

by 박은진

우울에 빠지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과 외면에 대한 모든 관심이 줄어듭니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언제 운동을 할 건지, 누구와 무슨 대화를 하고 하루에 얼마나 웃는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희미하고,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현실감각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로 꺼져가는 우울 그래프의 척도를 스스로에 대한 관심으로 확인합니다.


대체로 근 몇 년간은 자신을 타인인 것처럼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마른 흙에 사는 식물에 물을 뿌려준 것처럼 관심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죽은 줄 알았던 풀잎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좋아했던 운동을 다시 하면서 '즐거움'이 생겼고,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으며 '건강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변하는 외면과 더불어 내면까지 바뀌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평생 가지 않는다는 것을 올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데도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약물치료와 상담, 종국에는 정신병동에까지 입원하면서 다시 내 몸을 챙겨봐야겠다는 자그마한 싹이 다시 자라나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챙겼던 그 시간이 다시금 뿌리의 양분이 돼주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니, 늘 끊임없이 죽이고 살리고를 반복하면서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아무런 조치조차 하지 않았던 화분에 다시금 싹이 난다는 게 참 신기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부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아침에 알람을 맞추고 반 충동으로 헬스장에 등록하고 가족들과 대화하며 웃음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작기만 했던 잎이 다시금 존재감을 키워 분갈이할 때가 오게 되었습니다.


'나'를 키운다는 것은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큰 노력이 드는 것 같습니다.

내 몸을 챙긴다는 것은 '나'를 위해 잘 자고, 잘 먹고, 내면과 외면을 향한 관심과 애정을 주며 또 그렇게 삶의 권태기를 이겨내는 것, 내 몸을 챙긴다는 것은 저에게 이런 의미입니다. 우중충한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는 하늘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도록 저 자신을 계속 챙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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