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나를 드러낸다는 것.

by 박은진

누군가는 타인에게 자신을 향한 관심을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와 반대로 포장지로 감싼 선물처럼 늘 저를 숨겼습니다. 더해 그들의 시선을 의식해 제 생각, 행동에 늘 제약과 한계를 걸어 놓고는 '왜 난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가?'하며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의 우울증을 가족에게 고백하고, 친구에게 처음으로 저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렇게 글을 내보이면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일단 무언가가 비워지고 있는 기분입니다.

오히려 터질듯한 물풍선에 꾸역꾸역 욕심내 조금씩 더 부으며 안절부절만 하다, 아예 그걸 터뜨려버리니 속이 시원해지는 감각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딱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구나. 하며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홀로 풀 수 없는 고민을 계속 부여잡고 어떻게든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소복하게 쌓인 고민이라는 눈을 끊임없이 굴리다 감당할 새도 없이 커져 버려 밀기조차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터놓고 얘기하니 그 눈송이들을 굴리지 않고 작게 만들기도 하고 발로 차근차근 밟으면서 그 눈들이 어느새 녹아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 저를 끊임없이 알리고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숭고한 일이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반복되는 우울의 주기에 지쳐 '이젠 나을 거라 기대도 안 해.', '어차피 또 기분이 진창에 빠져들걸?' 하며 자기 비난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많은 날을 번복하며 세상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 볼까 합니다.

언제 또다시 우울의 늪에 빠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기에 저를 드러내는 것에 용기를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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