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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꽃 Oct 11. 2024

7. 문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똑똑, 누구세요?

커피 한 잔을 탈 때마다 생각나는 그녀가 있다.

그녀와의 한 차례의 소동이 끝나고 마신 커피 한 잔, 그날의 커피는 좀 달랐다.

같은 카누 한 봉이지만 왠지 더 씁쓸하고 뜨거운 맛이었다. 내 마음속 진정되지 않은 열기가 커피 잔에 전달되기라도 한 것처럼.


입학 3일이 되자 사건이 터졌다. '바르게 서서 인사해야지'라는 말에 한 아이의 설움이 폭발한 것이다.

대화가 되지 않을 만큼 크게 울고 나를 쏘아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았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첫째는 '왜 이렇게까지 우는 걸까?'였고, 둘째는 '이 상황이 매일 반복되면 어쩌지?"였다.

이후에는 화가 불쑥 찾아왔다. '서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첫 주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거니? 도대체 나를 어떻게 봤길래'라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쳤다. 정확히는 반항심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났다.


다음 날 아이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인사를 하겠다고 줄을 선 아이의 모습을 보니 어제의 분노와 고민이 무색하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어제 너도 힘들었지? 선생님도 우는 네 모습을 보며 많이 힘들었어. 오늘 아침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겠니... 우리 앞으로 더 잘해보자~"

그 뒤로 그 아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선생님의 칭찬에 뛸 듯이 기뻐하는 더욱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명확한 훈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빠지면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믿음이다.

'네가 앞으로 잘할 것이라 믿어.' 선생님이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믿음.

'선생님은 미워서 나를 혼내는 것이 아니야' 선생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

이 두 가지 믿음으로 아이들은 나와의 관계를 쌓고 더욱 잘해보고자 의지를 다진다.

아이와 있었던 일이지만 어른들과의 인간관계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엄격하신 교장 선생님이라도 나중에 따로 따뜻한 한마디만 건네주시면 쉽게 마음을 열고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다정한 관계 덕분에 나에게 해주시는 쓴 말을 나를 위한 조언과 격려로 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어놓지 않고 하나로 묶어주는 것들을 항상 찾아야 한다. 적대적으로 일을 하거나 서로에게 화를 내고 등을 돌리는 일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다."



비가 오고 우산은 하나밖에 없을 때, 그것을 기꺼이 상대를 위해 내어주고 싶은 마음.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마음이 아닐까?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가 말한 우리를 이어주는 끈은 이러한 인(仁)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끈은 가짜 마음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심으로 내가 너를 위한다는 마음이 전달이 되었을 때 끈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른도 실수를 한다, '는 말을 자주 한다. 어른도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에서 아이들은 나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오고 우리는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서로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공동의 마음으로 묶여있을 때 그 마음은 더욱 끈끈하고 단단해지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 끈은 혼자 묶을 수 없다. 서로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유대감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하나로 묶어주는 것을 찾기 위해 오늘도 마음의 문을 열어본다.

결국 우리가 하나의 끈으로 묶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기에...


다만, 문을 열어 놓았다고 해서 무엇이든 다 들여보내지는 않기로 했다.

자신의 불같은 화와 여러 감정들을 선물인 마냥 들고 있는 사람이 내 문 앞에 온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번지수 잘못 찾으셨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사랑과 단호함이 필요하듯, 내 마음속에서도 이 두 가지를 갖추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누군가에게 문을 열기 전 기대가 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사진출처: 이모작뉴스(http://www.emoz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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