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방울 꽃 6시간전

8. 취미는 없지만 행복해

소중한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

뜨개질, 라탄 공예 등 한동안 원데이 클래스에 빠진 적이 있다. 1~2시간이면 작품이 완성되고 그 작품으로 집을 소소하게 장식하는 것이 좋았다. 배운 기술은 학교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누군가는 만드는 과정이 힐링이 된다고 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서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보고 싶었건만,  시간이 흐를수록 쉽게 지쳤다.  뜨개질을 하다가 만들던 것을 슬쩍 밀어 넣게 되거나, 신청한 연수는 다 못 들어서 클릭만으로 수강종료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이 외롭고 공허할 때 새롭게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나섰다. 또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모여 여러 모임을 만들었다. 영어, 독서, 글쓰기 다양한 모임들 속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열심히 살다 보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바빠서, 피곤해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면 점점 부담감과 짜증이 늘었다. 마음을 다독이려고 시작했는데 왠지 또 다른 마음의 짐이 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우연히 창가를 바라보았다. 햇빛으로 노랗게 물든 들판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과 들어오는 햇살을 조용히 느껴보았다.  '우리 집 앞 들판이 이렇게 예뻤구나.'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따뜻한 풍경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되돌아보면 내 마음에 필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하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음미할 여유가 내게 부족했을 뿐이었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의 삶은 눈물의 계곡이나 재판장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이 준 방법대로 살아간다면 삶은 끝없이 즐거울 수 있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하루를 슬프게 바라보기보다,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랐던 것 같다.

하루가 끝날 때쯤 내 마음속에서는 수십 건의 재판이 열린다. 그때마다 나는 나보다 의 손을 들어주기 일쑤였다.

'내가 어른스럽지 못했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에 괜히 얼굴을 붉혔나? '

상대의 무례함을 이해해보려고 했던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서 나중에는 내가 잘못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내편 하나 없는 삭막한 곳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지쳐하는 당신에게도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 하루도 많이 힘들었나요? 당신의 마음은 오로지 당신의 편이에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속에 누워 당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속상했구나, 그 사람 정말 나빴다.' 당신의 말을 듣고 당신의 손을 당당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맛있는 밥을 먹고 당신의 마음을 간질이는 소중한 것들을 느껴보세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작지만 소중한 의미를 가진 것들을 차분히 꺼내어보길 바라요."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이 사람이다. 당신을 화나게 만든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도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니까.




나의 일상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

아침에 학교에 일찍 와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웃는 시간.

남편과 도란도란 함께 먹는 저녁밥.

아직 아기향이 폴폴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실.






작가의 이전글 7. 문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