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넘버원 ··· 문목하 작가님의 데뷔작 소설
'돌이킬 수 있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동의 마음속 1위 소설이다.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개명까지 하고 싶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DUNE과 같은 스케일로 영화화되면 분명 매우 멋있을 스토리이지만 영화화되지 않고 내 상상 속 세계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는 소박한 바람이 대립하는 이 소설은,
문목하 작가님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담백하지만 매료되는 문체와 탄탄한 세계관으로
단숨에 독자를 몰입시키는 빈틈없는 소설이다.
대단히 무언갈 스포 할 것은 아니지만 내가 특히 좋아했던 책의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아래에 옮겨보려고 한다.
시작
단도를 거머쥔 여자의 손이 도중에 뚝 멎었다. 칼자루를 으스러뜨릴 기세로 온 힘을 주어 밀어도 칼은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는 제 귓불에서 한 뼘 거리에 멈춰 있는 칼날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피곤한 듯 잔뜩 충혈된 남자의 눈은 조금 전 자신에게 달려든, 움직이지 않는 단도를 부여잡고 낑낑대는 여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덫에 걸린 산짐승을 겨냥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꼴에 비해 남자의 자세며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는데, 죽은 사람이 눈만 끔뻑이는 듯 보일 만큼 생기가 없어서 얼핏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 . .
남자는 주인 잃은 단도를 잡았다. 공중에 단단히 박혀있던 작은 칼은 우스울 정도로 허무하게 남자의 손에 감겨들었다.
"도망 안 가?" 남자가 말했다.
차라리 이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이 남자를 죽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의 타래에 감길 때마다 그 생각은 퇴색되었다가 덧칠되고, 희미해졌다가 견고해지길 수없이 반복되는 변덕을 부리게 되지만.
"도망가 줘."
남자가 단도를 치켜들고 말했다.
1. 당신이 시작한 이야기
2. 당신이 마주한 이야기
3.싱크섹션
4. 비원
5. 경선산성
6. 당신이 감내한 이야기
7. 여기
8. 당신이 선택한 이야기
9. 계단
10.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정여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주상을 보았다. 그리고 먼 바깥에 환영처럼 스쳐 지나가는 윤서리의 모습을 보고,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겠어요?"
정여준은 미소 지었다.
최주상이 그를 완전히 처음 보는 낯선 이로 느낄 만큼 찬란한 미소였다.
"왜겠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