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 1

패시브, Q스킬

by 우럭

오늘 글의 주제는 기존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는 ‘절제’, ‘정리’, ‘감사’ 같은 다소 관념적인 주제들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에 대해 써왔지만, 오늘은 나라는 사람을 게임 캐릭터에 대입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웹툰 작가 이종범이 명작 소설이나 드라마를 분석하며, 매력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만드는 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채널이다. 얼마 전, 그 채널에서 소개한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소설의 설명 영상을 봤다. 너무 재밌어서 그날 바로 책을 샀다. 허구의 세계, 허구의 인물, 허구의 사건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각 캐릭터의 개성과 능력이었다. 그걸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현실의 나에게도 스킬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롤이라는 게임에는 모든 챔피언이 패시브와 Q, W, E, R의 스킬을 하나씩 가진다. 각 스킬은 고유한 능력을 담고 있고,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든다. 그렇다면, 나의 QWER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해보았고 오늘은 그중에서도 패시브와 Q스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패시브 스킬 – 스트레스를 잘 넘기는 능력


패시브 스킬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고유 능력이다. 반대로 액티브 스킬은 포인트를 투자하고 직접 선택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패시브는 ‘저절로 작동하는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타고난 지능이나 신체적 스펙을 떠올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킬이라고 하기까지에는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실시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 있었는데, 상담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즐거웠다. 이후에도 가끔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곤 했는데, 그때마다 받았던 문답용 스트레스 수치 검사와 기계형 스트레스 수치 검사는 늘 매우 낮은 편이었고, 상담사 선생님은 신기할 정도라고 하셨다. 돌이켜보면, 나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의외로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물론 완전히 무감각한 건 아니지만, 빠르게 흘려보내는 데에는 나름의 능력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잘 다루는 능력은 분명한 생존력이다. 눈에 띄진 않지만, 삶의 전반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이 능력은, 내가 타고난 패시브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Q스킬 – 좋은 관계를 맺는 힘


Q스킬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떠올랐다. 나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은 단순히 착하거나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일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내가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이름만 해도 손에 꼽을 만큼 있다. 살다보면 정말 나와 안 맞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 등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상하게, 각 환경마다 최소 한 두 명은 오래 지속되는 좋은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을 나는 갖게 되었다. 물론 이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에도 나름의 성향이나 태도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나는 내가 정말 싫어 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누군가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작은 감정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관계를 맺는 힘’을 내 Q스킬로 정하고 싶다.



마치며

앞으로 W, E, R 스킬에 대해서도 차차 생각을 정리해볼 예정이다. 나라는 캐릭터의 스킬셋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은 의외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자기소개보다 더 나를 잘 설명하는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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