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기

어둠의 수확 쌓기 - 롤

by 우럭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아끼던 보물이 하나 있다. 바로 포도 모양의 칭찬 스티커. 바른 행동을 할 때마다 하나씩 받았고, 그 스티커를 포도 알맹이 하나하나에 붙여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포도를 다 채우면 받을 수 있는 장난감이 포도알을 모으는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알맹이를 채울 때마다 어른들로부터 받던 살짝 부끄럽지만 기분 좋은 칭찬의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집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어렸을 적 그 칭찬 스티커를 다시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은 ‘칭찬하기’라는 주제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1. 타인을 향한 칭찬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다 보면, 누군가의 수고에 인사를 건네거나 좋은 일에 축하를 전할 기회가 많다. 그런 말들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사람들이 그런 칭찬을 자주 듣거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가 바빠지고, 타인의 상황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워진 탓일지도 모른다. 질투나 시기가 먼저 앞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인을 향한 칭찬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은 꽤 슬프다. 오히려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고, 그 흠을 송곳처럼 파고드는 분위기가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넘어서고 싶다. 누군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있다면, 그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굳이 이 악물고 참지 않고 싶다. 내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다. 칭찬은 결국, 나의 그릇 안의 것을 넘치게 만들어 결국 내 그릇 자체를 더 키워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2. 나 자신에게도 칭찬을

퇴사 후 3, 4, 5월은 마음껏 쉬었다. 6, 7, 8월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려 계획했고 지금 하는 중이다, 그리고 8월 중반부터는 이직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겉으로 보면 꽤 성실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가끔 문득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럴수록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요즘 나는 구글폼을 활용해 매일 자기 전 똑같은 설문지를 작성한다. 오늘 어땠는지, 잘 보냈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해줄 칭찬 한마디를 적는다. 작성한 설문 결과는 자동으로 스프레드시트에 쌓이고, 가끔 답변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거웠던 날도 다시 안정되고, 나를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


아쉬운 날도 있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칭찬해줄 나도 늘 존재한다. 나무에게 양분을 주듯, 나 자신에게도 매일 조금씩 칭찬이라는 양분을 주려 한다. 스스로를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너무 어렵다


3. 칭찬을 떠올리며

칭찬하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문득 타인에게 내가 하는 칭찬이 다양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수고했어”, “고생했네”, “잘했어” 같은 말들이 반복되었다. 그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결론에 도달했다. 칭찬을 하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정작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말이 항상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가능하다면, 대상의 입장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칭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상대방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알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을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내 말도 그에 맞춰 자연스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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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은 게임 시작 전, 자신이 이번 게임에서 사용할 룬을 선택한다.

룬은 해당 게임에서 적용되는 내 캐릭터의 추가 특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롤에는 어둠의 수확이라는 룬이 존재한다. 일정 체력 이하의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면, 나의 어둠수확은 하나씩 쌓이고, 나의 공격은 조금 더 강해진다.

“어둠의 수확처럼, 칭찬은 한 번의 말이 남긴 흔적이 쌓여 나중엔 커다란 영향을 준다. 특히 마음이 약해졌을 때 건넨 말은 더욱 깊게 박힌다. 내가 무심코 던진 ‘잘했어’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그날의 버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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