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스몰더 처럼

by 우럭

프롤로그 — 소음에 휘둘리지 않는 확신


최근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F1>을 봤다. 뛰어난 영상미, 음악, 배우들의 연기 모두 좋았지만, 유독 마음에 남은 건 영화 중간중간 등장한 대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소니 해리스가 피어스에게 건넨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든 건 소음에 불과해. 너의 길을 가."


영화가 끝난 뒤, 이 말이 내 안에서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어느새, '기다림'이라는 단어에 다다랐다. 결국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확신을 지키며 가야 할 길을 가는 것, 그게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주식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이슈로 나스닥 시장이 급락했고, 오랜 시간 관찰하며 확신을 가졌던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와 커뮤니티 댓글은 마치 더 큰 폭락을 기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소음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기업에 대해 오랜 기간 쌓아온 확신이 있었음에도, 이 소음 앞에서 그 확신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고, 이 시기가 끝나기는 할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세 유예 발표 이후, 나스닥은 빠르게 회복했고, 결국 내 투자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때 느꼈다. 인생에서 기다림이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확신을 지키는 과정이라는 걸. 내가 가는 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주변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한 대부분의 이유는 잘못된 선택이나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 선택이 꽃 피우기까지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1. 기다리지 못했던 순간들

돌이켜보면 나는 여러 번 기다림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인내심이 부족해서 눈앞의 작은 성과만 쫓았던 적, 분명히 옳은 길을 가고 있었음에도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멈춰 버린 적, 누군가를 믿지 못해 관계를 스스로 망쳐 버린 적, 그리고 주변의 소음에 쉽게 흔들려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간 적. 삶을 돌이켜보면, 기다렸어야 할 때 기다리지 못한 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때 조금만 더 믿고 버텼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2. 올바르게 기다리기 위한 연습

그렇다면 잘 기다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다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길러야 한다. 몸과 마음 어느 하나도 지치지 않도록 돌보고, 작은 목표들을 통해 기다림의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길에 확신이 생길 만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믿음일 경우, 충분한 시간을 거친 후 그 사람을 믿기로 마음 먹었다면, 처음 맡길 때처럼 끝까지 믿어야 한다. 믿었다가 중간에 의심하고 회수하면, 기다림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물론 중간중간 지켜보긴 해야한다.


또한 주변의 조언은 참고하되, 모든 소리를 자신의 기준 없이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중요한 건 그 소음 속에서도 내 길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 이후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동양 고사에 나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처럼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면, 그다음은 하늘이 결정할 차례다.



3. 삶 곳곳에 숨어 있는 기다림

기다림은 주식이나 프로젝트 같은 일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간관계 속에도, 매일의 사소한 순간에도 기다림이 있다. 누군가가 성장하길 기다리는 시간,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내가 원하는 답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기다림은 때때로 지루하고, 불안하고, 때로는 버거운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며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기다림 자체가 설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어린애 같은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 아직 그런 설렘을 온전히 느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느껴보고 싶다.


기다림은 단순히 참고 견디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중요하다. 그릇이 커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워두는 게 아니라, 잘 준비된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뭔가 말만 번지르 하고 잘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마무리

롤에는 스몰더라는 챔피언이 있다. 스몰더는 게임 내내 ‘스택’을 하나씩 쌓는다. 그 스택이 쌓일수록 그의 공격은 강해진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모든 걸 쏟아붓지 않고, 성장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스몰더의 본질이다.

기다림을 통해 더 강해지는 것.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조급함에 흔들리지 않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나의 스택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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