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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May 31. 2021

인생 김밥 만들기 노하우 대공개!

무한 업그레이드 김밥 예찬

♬~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샌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우리의 사랑도 변해.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있을래. 날 안아줘~날 안아줘~옆구리 터져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2003년에 발표된 자두의 ‘김밥’이라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김밥에 사랑하는 연인이 찰싹 붙어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노랫말이 지금 들어도 재미있고 신선하다. 김밥은 밥알이 김에 착 달라붙게 잘 말아줘야 완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속 재료가 다 쏟아져버리거나 옆구리가 터져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사랑만 그러할까?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드라마들도 김밥처럼 잘 다독이며 정돈해줘야 조화롭게 살아 낼 수 있다. 


김밥은 간단히 만들거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음식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보다 저렴하지만, 김밥은 5대 영양소와 동양에서 말하는 목화토금수 오행 색까지 두루 포함한다. 


목(木)의 푸른색은 시금치나 오이 등의 채소가, 화(火)의 붉은 색은 당근이나 햄이, 토(土)의 노란색으로는 달걀이나 단무지가, 금(金)의 흰색은 흰밥이, 수(水)의 검은색은 김의 색깔이니,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 오행 색 배합이 환상적이다. 다시 말해 김밥은 다섯 가지 오행의 에너지와 영양이 모두 균형을 이룬 ‘완전 음식’이다.


여기에 기호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속 재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이만한 음식이 어디 있을까? 


이런 김밥의 기원을 일본의 노리마키스시(설탕, 소금, 식초로 간한 밥을 김으로 감아놓은 것)에서 유래한 것아니냐는 견해가 있지만, 17~18세기부터 먹는 김의 활용과 다양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고증한 음식 문화 평론가 윤 덕노 씨의 칼럼을 읽고 뿌듯했었다.(하단 링크을 참고하세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점령했던 한 해, 학교도 못 가고 종일 집에서 지내야 했던 아이들. 곁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귀찮다고 끼니를 거르고 있기가 일쑤였다. 안 되겠다 싶어 아침마다 김밥 10줄씩 싸놓고 출근했다. 아침 일찍 등교해야 할 때는 김밥을 싸서 아예 손에 쥐여주곤 했다. 


어느 날, “엄마~ 친구들이 엄마 김밥 개(?)맛있대. 학교 앞 분식집과 차원이 다르대.” 줄곧 말없이 먹기만 하던 남편도 올해 들어서는 한마디 거든다. “당신 김밥 맛있네. 김밥집 해도 되겠는데?” 결혼 생활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요리가 낯설다. 그런데 전문 김밥집을 해도 될 정도로 맛있다는 가족들과 아이 친구들의 공증을 받고 나니, 어깨 뽕이 승천하겠다. 


야채 김밥, 치즈 김밥, 참치 마요 김밥, 묵은 지 김밥... 김밥이 나의 대표 요리가 되었다. 심지어는 작년 연말 친구들과 근처 여행을 갔을 때 재료를 다 준비해서 간단하고 맛있게 김밥 싸는 법을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김밥은 웬만하면 중간이상은 간다. 하지만 맛있는 김밥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이 있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진정한 비기는 말로 전할 수 없다지만, 내 김밥 신공(?)을 살짝 공유해본다. 


첫 번째가 그날의 밥이다. 너무 찰지면 물컹거리고, 물기가 없어 너무 밥이 되면 입안에서 겉돌아 목이 멘다. 고슬고슬하게 밥을 할 것.

두 번째가 그날의 간이다. 밥 간과 속 재료 간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하는데, 밥 간을 좀 더 세게 하고 속 재료 간은 약하게 했을 때 더 맛있다. 

세 번째가 식감의 조화다아삭거리는 식감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시금치 대신 오이나 파프리카를 세로로 썰어 소금 간을 살짝 해서 쓴다. 거기에 깻잎을 밥 위에 두 장 깔고 속 재료를 올리면 식감과 풍미를 더해진다. 깻잎은 부드러운 식감뿐 아니라, 비타민과 철분, 무기질이 풍부하다. 


마지막으로 자두의 노래처럼 김에 밥알이 착 달라붙게 말아주면 완성이다


김밥 예찬론자인 엄마덕에 우리 아이들은 똥(?)을 싸면 김밥이 나오겠단다. 한동안 아침에 김밥을 안싸줬더니, 은근슬쩍 다가와서 "엄마~ 아침에 김밥 싸주면 안돼? 나 엄마가 만든 김밥 먹고 싶어." 한다. 왜 안되겠니?


'김'이라는 정해진  ‘여기’의 공간을 쫘악 펴고, '지금 이 순간' 이 잘 배인 '밥알'을  꼭꼭 골고루 눌러가며 찰싹 달라붙인 후, 상황에따라 달라지는 '속 재료'  ‘삶의 다양한 드라마들’  다독 다독 손과 발(!)이 합심해서 말아간다.


5월의 마지막날인 오늘 아침도 나는 이렇게  인생 김밥을 싼다. 


https://news.zum.com/articles/62517120 [매일경제 2020.9. 윤덕노의 음食經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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