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싶은 세가지 인생
아티스트웨이 1주차: 안정감을 되살린다.
이번 주부터 당신의 창조성을 일깨우기 시작한다. 첫 주를 보내는 동안 당신은 가벼운 흥분과 도전, 그리고 희망과 회의가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사례와 과제, 연습은 당신이 창조성을 두려움 없이 탐험할 수있도록 안정감을 심어줄 것이다.
내 맘대로 삶을 재미있게 창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멍석이 깔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상한 대로 마음껏 그려본다.
그녀는 창조적 화가!
동쪽 큰 창문을 가린 하얀 리넨 커튼을 밝히며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시나브로 스며들었다. 나무 이젤 앞에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시선을 고정한 짧은 머리의 여자가 쓱~ 쓱~ 캔버스에 물감을 풀어놓고 있었다. 커튼을 비집고 들어선 한 줄기 황금빛 햇살이 그림자를 늘리며 굽혀진 그녀의 흰 목덜미 너머에 애교를 부리듯 머물고 있었다. 불현듯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침인 것을 제발 알아 달라는 듯 날카로운 햇살이 그녀의 갈색 눈동자 속으로 날아와 꽂혔다. 순간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미간을 펴고 기지개를 켜며 길게 하품을 했다.
작업실에서 그녀는 오늘도 날을 샜다. 내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미술전에 출품할 작품들을 이번 주까지는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양오행 동양 철학이 유화의 질감과 어우러진 그녀의 작품은 유화로 그려놓은 민화 같기도 하고, 고흐의 그림처럼 우주적 영감이 튀어나올 듯 오묘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터운 애호가들이 생겼다.
마지막 손길만을 기다리는 작품들을 그녀는 멀찌감치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흐뭇한 엄마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근 일 년을 구상하고 백 일간 작업실에서 오늘처럼 매일 아침 해를 맞으며 마음과 손끝으로 낳은 그녀의 아가들이다. 또르륵 가뿐하게 여과지를 통과해 나온 향긋한 커피를 한 모금씩 목 안으로 넘기며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 듯 퍼져가는 카페인의 따스한 환희와 같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림 그리는 것은 놀이란다. 너희들 안의 또 다른 자신과 무엇이든 창조해가며 노는 놀이!”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붓을 잡았던 중학교 미술 시간, 캔버스 너머로 힘 있게 들렸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그녀 안의 아이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나도 중박 작가?
“엘리사벳 씨, 책은 그만 읽고 이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때입니다.”
늘 삶의 언저리까지 살피며 기도해주시는 신부님께서 3년 전부터 내게 하는 말씀이다. 책 읽기를 즐겨 하고 가끔 신문에 건강 칼럼은 쓰지만 내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며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내게 글쓰기란 생각이 많아질 때, 속상할 때, 누군가 욕하고 싶은데 차마 입으로 내뱉지 못했을 때, 마음을 정돈할 양으로 내 안의 나에게 쏟아내는 독백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서로의 글을 합평해주는 문우님들을 만나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브런치 작가로 데뷔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곤 했지만, 여전히 삶 안에서 우선순위라고 주장하는 일들이 생기면 언제나 가장 먼저 미루게 되는 것이 글쓰기였다.
그랬던 글쓰기가 내 삶의 0순위가 되는 계기가 있었다. <아티스트 웨이> 를 하면서 아침마다 독백처럼 썼던 모닝 페이지를 모아 만든 초고를 출판사 편집장이 우연히 보고 출판을 제안해왔다. “작가님이 일상 속 경험과 고민 그리고 솔직한 성찰이 위기의 중년 분들에게 크게 공감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게다가 건강에 관한 전문적인 부분은 실용적이기도 하고요. 사십 년 출판계 촉으로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입니다.” 나는 그저 내 안의 아티스트와 공감하며 편하게 독백을 쏟아냈을 뿐인데, 많은 이들과 깊이 공명하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모닝 페이지 출판을 계기로 글쓰기가 0순위 놀이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로 세상을 놀이터로 만들며 일명 중박 아티스트 작가가 된 것이다.
그녀는 댄서였구나!
“머리는 하늘로 승천하듯이, 무게를 실은 골반은 땅으로 내려 앉듯이 숙이지 말고 고개를 드세요. 춤은 굳어진 몸과 갇힌 우리의 영혼을 해방시켜줘요. 못한다고 부끄럽다고 숨거나 오므리지 마시고 가슴을 활짝 열고 자신감 있게… 투앤 쓰리앤 포앤드 원~. 릴렉스!.”
가슴과 무릎 위로 술이 멋지게 달린 검은 댄스 복과 반짝이는 댄스 화를 신고 양 손에 나무 박자 봉을 든 그녀가 보란 듯 우아하게 연속 3회전 스텝 시범을 보인다. 반 백의 짧은 머리를 단정히 귀 뒤로 꽂은 그녀는 일 년에 두 번 세계 댄스 경연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평소에는 나비 힐링센터에서 재활과 취미를 위해 춤을 가르치고 있다. 춤이 삶의 일부가 되어 더욱 생기로워진 그녀도 십 년 전 춤을 처음 배우기 위해 용기를 낼 때만해도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영혼이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아줌마들이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에 가다니,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군!” “여자가 조신해야지 어디서 엉덩이를 흔들어?” 어릴 때부터 들어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버린 어른들의 부정적인 신념들은 큰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도 리듬을 맞추어 흥을 느끼는 것조차도 그녀에겐 조심스러웠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창조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지 못하도록 우선순위의 핑계들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댄스 학원 등록을 해버렸다. 무의식의 금기가 봉인 해제가 된 것이다.
리듬과 박자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던 그녀가 지금은 무대 위를 은빛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자신의 리듬 안에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아티스트를 띄워내며 흥이 어색했던 그녀에서 흥을 창조하는 자유로운 그녀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지정한 아티스트가 되느냐 혹은 그늘에 숨어 꿈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그림자 아티스트가 되느냐는, 재능이 아니라 용기에 달려 있다.” -아티스트 웨이 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