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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May 25. 2021

내 재능은 행동파 오뎅 손

내 장점과 강점 찾기

“어머! 언니 손이 불은 오뎅 같아!” 오래전에 여동생이 내 손을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내 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손가락 마디도 굵어지고, 정말 말 그대로 짜리 몽땅 못생긴 오뎅이었다. 손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일상을 거짓 없이 말해준다. “이래 봬도 조물주 같은 귀한 금 손이야.”라고 말해주었지만 대답이 부족한 듯싶다. 실천력으로, 빛나는 강점들을 만들어주는 나의 재능인 오뎅 손. 여기서 실컷 자랑할까 한다.


내 손은 꿈을 꾸는 시원한 약손이다. 


“원장님 침은 하나도 안 아파요. 원장님 손이 닿으면 시원해서 다 나은 거 같아요.”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나는 ‘아픈 세상’속에 산다. 아픈 세상을 ‘보다 건강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업이다. 손으로 아픈 몸에 침을 놓고, 뭉친 관절과 근육을 만진다. 심지어 피부 관리사 선생님이 바쁠 때는 대신 피부 마사지를 해 줄 때도 있다. 나는 환자를 위해 손 쓰는 작업이 즐겁다. 내 손을 거쳐 간 분들이 더 맑아지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기쁘다. 의료인 최고의 품격, 상의(上醫)의 꿈도 이 손이 따스하게 담아낼 이다.


내 손은 끈기 있는 창조적 예술가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급 환경미화와 칠판 글씨는 늘 내 담당이었다. 뚝딱뚝딱 오려 붙이고, 꾸미고, 그려 넣고, 글씨도 쓰고... 내 손을 거쳐 가면 모두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변했다. 5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 수채화 그리기. 꾸준하게 그리다 보니 실력도 늘었다. 작년부터는 보관이 쉬운 유화로 바꾸었다. 10년 뒤 작품전시회를 하리라는 목표가 생겼다. 누가 알겠는가? 10년이라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내 안의 창조성이 한국 미술계에 큰 획을 그을지 말이다. 내 손아래서 아름답게 창조되는 작품을 보는 것.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이다.


내 손은 칭찬에 춤추는 고래다. 


코로나로 온종일 집에 있는 5명의 가족. 챙겨주지 않으니 굶기가 일쑤였다. 나는 요리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출근 전에 김밥 10줄씩 싸 놓고 가곤 했다. 고등학생인 둘째가 등교하는 날은 차분히 먹을 수 없어 아예 김밥을 손에 쥐여 주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왈, “엄마 ~ 친구들이 엄마 김밥 개(?) 맛있대. 학교 앞 분식집하고 차원이 다르대.” 얘네들이 고래를 춤추게 할 줄 안다. 다음 날부터 야채 김밥, 치즈 김밥, 참치 마요 깻잎 김밥... 돌아가면서 싸서 보냈다. 여차하면 김밥집을 차릴까 보다, 특허 있는 엄마손김밥!


내 손은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이다.


“선배님~ 이정변기(移精變氣)가 뭐지요? 1시간만 시간 내주세요.”

환자를 보다 보면 몸의 병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마음의 문제를 당사자가 깨닫지 않는 한 치료가 잘 안 된다. 사례를 정리하면서 내게는 낯선 한방 정신치료 용어를 만났다. 더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당시 한의 상담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던 선배가 떠올랐다. 얼굴만 알고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전화하고서 작은 케이크를 들고 찾아갔다. 그렇게 1시간만 알려달라고 시작했던 한의 상담 공부가 4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한의 상담학회 학술이다. 


나에게 있어 손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쓴다는 것이고 열정을 더하여 내가 원하는 현실을 창조해가고 싶다는 뜻이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시작한 후 행동파 내 손이 다른 때와 달리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느라,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생각이 정돈되면 내 손은 맨 먼저 건강에 관련한 원고지 위에서 춤 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즐겁게...


“기적은 철저히 계산되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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