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살청춘 지혜 May 18. 2021

소심한 주근깨 삐삐, 광합성 하다!

나의 단점이 꽃이 되다.

“단점은 깊이 숨겨놓지 말고 햇볕을 쏘여라. 그래야 그 단점이 광합성을 해서 꽃을 피울 수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 말이다. 멍석이 깔렸다. 단점을 풀어내 보란다. 막 풀어 재끼자니 한정 없이 나올 듯하고, 광합성을 하려고 튀어나오는의식의 흐름대로 꽃을 피워볼까 한다.


외모 콤플렉스여드름투성이 짱구 삐삐.


어릴 적 내 별명 중 ‘짱구’ ‘황소’ ‘삐삐’가 있다. 웃으면 눈이 없어진다고 ‘갈매기’라고도 불렸다. 주근깨투성이에 이마에서뒤통수까지 가는데 10리는 된다고 놀림을 받던 나는 저돌적인 짱구였다.여기에 양 갈래머리를 하면 영락없는 ‘말괄량이 삐삐’다. 성격도 삐삐였으면 좋았으련만... 짱구 삐삐라고 놀리던 남자애들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씩씩거렸던 생각이 난다. 호탕하고 거리낌 없이 자유분방한 말괄량이 삐삐. 그 아이의 거침없는당당함이 참 부러웠다. 그러나 나는 주근깨가 콤플렉스인 소심한 범생이 삐삐였다. 주근깨가 옅어지던 고등학교 때는 여드름이 많이 났었다. 주근깨에 쉼 없는 여드름 분화구에... 에휴~ 자주 재발 되는 아픈여드름을 짜면서 흘린 눈물이 모여 서해 바다가 되었다면 믿을까? 


이런저런 치료 사이에서 방황했던 내피부는 결국 속을 다스리는 한약을 먹고 깨끗해졌고, 이런 아픔은 학생 때부터 피부 치료와 관리에 관심을갖게 했다. 아파 보았던 사람이 아픈 사람 맘을 안다고, 피부환자들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어릴 적 외모 콤플렉스와 여드름의 고통이,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을 도와주는 피부 특화 진료로 피어난 셈이다.


자기 존중감이낮은 자기 검열 스캐너.


내 피부가 안 좋았던 이유가 있다. 마음이 타인의 시선에 묶인 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받았다. 친절과 배려라는 변명 아래 내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을 더욱 철저히 검열하며 몰아쳤으니, 기(氣)가 막히고 화(火)가 얼굴로 솟았다. 그런 내 성격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가 왔다. 7년 전 지방으로 발령 난 남편과 주말부부를 하면서 남편의 여자 사람 친구를 오해하고 크게 부부 싸움을 했다. 정작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든 것은 남편인데, 도마 위에서 내가 난도질 하는 것은 바로 내 자신이었다.


낙지 탕탕이처럼다져진 나.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속세를떠나는 수도자처럼 양평과 미국에서 열렸던 아봐타·마스터 코스(세계적인 자기 계발 프로그램)를 연이어 밟으며 본원으로서의 나를 바로 세워갔다. 학부 때부터 쭉마음공부에 관심을 두었지만, 7년 전의 오해와 자기 비하가 충돌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심연 저 깊은곳을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또한 나를 성장시키려고 철저히 계산된 기적이지않을까?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주의자.


그래도 여전히 삶 속에서 자주 넘어진다. 몰입과 열정과 집착이 뒤섞인 채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한 척하느라 용을 쓴다. 그래서 고통이 올라온다. 이 고통도 나를 성장시키겠지~ 하며 즐기려 하지만, 손은 왜 그리 빠르고 엉덩이는 왜 그리 가벼운지, 주변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 아주 못된 성격이다. 심지어다른 사람이 대충해놓는 것도 못 본다. 그래서 완벽한 척하는 내가 아는 체하다 보니,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이러하니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책임을 맡으면 나를 아주 갈아 넣어 버린다. 최근 미래의 힐링 센터를행복하게 상상하며 글을 쓰다가 혀에 혓바늘이 돋았다. 말할 때마다 아팠다. 마음은 이미 세계 제일의 센터를 바쁘게 경영한 거다. 에구~ 이 성격 어디 안 가는구나!


이제 나의 이런 성향을 무조건 고치려고만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스스로 만족할 때 느끼는 기쁨 또한 크다. 대신 행동하기 전에 몰입할 일과 적당히 넘어갈 일을 분별할 것. 자신을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을 것.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릴 것. 세가지 원칙을 세워 본다. 


아직도 광합성 하고 싶어 손들고 나오려는 단점들이 많은데, 지면의 제한이 아쉽다. 부끄럼쟁이 소녀 삐삐를 햇볕에 내어놓으니, 마음 안에서 꽃이 핀다.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이 장점의 다른 면임을안다. 꽃이 될 수 있는 단점들을 가진 나, 소심한 삐삐여도그대로 충분히 사랑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성장하는 한 언제나 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