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한 언제나 청춘!
내 삶의 지향점 "백 살 청춘"
5년 후 내 삶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10년 후인 60세 인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나는 가슴이 설렌다. 다른 사람들은 노년이 되어 늙고 아프니까 싫다지만 나는 기대가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동안 내 삶을 규정했던 모든 실체로부터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마음으로 챙기고 돌봐야 할 것들이 아직은 내 안에 많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존재하도록 세상이 나를 붙잡는다 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중 세 가지만 기록해 보았다.
현재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 목에 당장 칼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온 몸을 던져 지켜주고 싶은 것, 그것은 네 명의 어린 딸들이다. 29살에 큰아이를 가졌고 38살에 넷째를 낳았으니, 꼬박 10년 동안 나는 배불뚝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의원 진료를 하면서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있다. 아침마다 분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바쁜 일상이었지만, 그늘진 곳 없이 건강하게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엄마로서 가장 큰 보람이다. 막내가 성인이 되는 7년 후를 흐뭇하게 기다린다.
내가 존재하는 두 번째 이유가 한의사로서 나의 소명이다.
의사도 격(格)이 있다. 병이 나서야 치료하는 의사는 하의(下醫), 병이 깊어지기 전 초기에 치료하는 의사를 중의(中醫), 병 나기 전에 치료하는 의사를 상의(上醫)라 했다.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할 줄 아는 상의(上醫)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임상에 나와 20년 넘게 환자를 치료하면서 미리 예방하고 조절하지 않아서 병을 만들거나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개인마다 다른 체질을 가진 환자들을 임상에서 접하면 접할수록 공부해야 할 부분이 더욱 보인다. 어떻게 하면 병이 나기 전에, 병을 더 키우기 전에 우리 모두가 효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하는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한다. 새로운 치료법, 고서의 처방, 양방 의학과 다각적 접목의 시도, 예방법의 고찰, 등등... 생명력을 키우고 살려내는 그런 한의사가 되고 싶다.
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삶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구도(求道)의 마음이다.
부처님께서도 인생은 고(苦)라고, 인간의 생로병사는 어찌하지 못하셨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스려, 반응하는 마음을 달리함으로써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셨다. 나는 습관을 변화시키는 행동에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삶 안에 부정적인 사건들과 상황이 있을 때 휩쓸리는 내 감정과 이겨내려고 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기록한다. 나의 이런 경험들과 삶 속에서의 깨달음이 건강한 습관을 지니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인생 후반은 진료뿐만 아니라 강의나 책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삶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건강하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도록 돕는 일을 하며 보내고 싶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가 2020년 폭풍우를 겪은 뒤 알았다.
우물 밖 세상은 넓고, 배우고 도전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써보는 것도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은 십대후반과 이십대의 젊은 시절이나, 외모와 마음이 젊다는 것만을 이르는 단어가 아니다. 봄날의 새싹처럼 자라고 성장하려고 하는 상태는 모두 청춘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20대여도 성장하지 않고 안주한다면 늙은이요, 백 살이 되었어도 배우려 하고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짐에 기뻐할 수 있다면 청춘이다.
내 친할머니 김 만례 여사는 백 다섯까지 건강하게 사셨다. 백 살이 다되어서도 발끝 부딪히기를 하며 자신을 돌보고, 새로운 것에 귀기울이실 줄 아셨던 할머니. 나도 할머니처럼 백 살까지 늘 배우고 성장하며 청춘으로 살고싶다. 내 삶의 지향점은 백 살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