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무엇이 최선일까?
지난주 보건 의료진을 위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있었다.
먼저 접종한 선후배 원장님들이 건장하게 진료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에 큰 망설임없이 예약 신청을 했다. 독감 예방 접종 반응 정도겠지 했다. 그런데 백신을 맞고 혈전이 생겨 사지 마비나 뇌 출혈이 발생했다는 40, 50대 직장 여성들의 비보를 접했다. 나도, 우리 한의원 선생님들도 4~50대 중년 여성. 접종의 안전성에 대해 염려스러웠다.
의료 현장에 있는 나도 이러했는데, 접종을 앞두고 많은 분이 불안해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접종 후 내게 나타난 증상 변화와 적절한 대처법을 공유해볼까 한다.
백신 접종 첫째 날.
접종하고 나서 무리 하지 않도록 토요일 진료를 모두 비웠다. 몸살 증상에 도움이 될 한약도 미리 다려서 직원들과 챙겨 먹었다. 백신 접종 전 나름 비장한 마음이었다. 접종 직후에는 별반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보통 백신을 맞고 5~6시간 후부터 몸살기가 시작된다는데, 한약을 미리 복용해서 그런지 약간 둔중하고 멍한 느낌만 있었다. 그러다 12시간이 지난 뒤인 밤 9시쯤부터 오한이 들고 37~38도 정도의 미열이 뜨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로부터 오전 일찍 전화가 왔다. 새벽에 몸살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접종하자마자 바로 타이레놀을 먹고, 자기 전에 또 먹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한 알 더 먹으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해열제가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아마도 웬만하면 버텨버리는 내 성격을 아는지라, 친구가 많이 걱정되었나 보다.
친구의 마음은 너무나 감사했지만, 일부러 항체를 만들기 위해 백신을 맞는 건데 이왕이면 튼튼한 항체가 만들어지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세심하게 내 몸 상태를 살피면서 열이 심하지 않다면 타이레놀을 먹지 않기로 했다.
팔다리가 무력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며 미열이 계속되는 듯했다. 백신 맞은 팔도 몸도 무거워졌다. ’아~ 지금 내 몸의 면역체들이 항원을 맞아 싸우는 중이구나! 여기에 타이레놀로 찬물을 끼얹을 순 없지!‘ 챙겨온 한약을 따뜻하게 한 팩 더 마시고 면역계에 응원을 보내며 잠을 청했다.
백신 접종 둘째 날.
새벽녘 뭉근한 몸살 기운으로 2~3번 자다 깨다 했다. 몸부림치게 아픈 건 아니였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약간의 울렁거림도 있고 입맛도 뚝 떨어졌다. 일상생활에 무리는 없었지만, 집중해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기엔 적절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종일 오락가락하는 오한과 미열로 구름 위를 걸어가듯 봄날 같은 나른한 무력감이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한 원인도 한몫했다. 휴일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집안일을 하다 피로감이 오면 누워서 쉬거나 잠깐 잠깐씩 잠을 잘 수있었다.
접종한 쪽 어깨와 삼각근 부위가 붓고 무거웠다. 아무래도 병원체가 주입된 곳과 인근 림프샘이 면역 전투의 최전선일 것이니, 더 붓고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견갑골과 겨드랑이도 만지면 아팠다.
백신 맞은 쪽 어깨와 겨드랑이를 반대 손으로 마사지하면서 딸에게 등 뒤 견갑골 주변 근육을 두들겨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묵직했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머리가 어지러울 때면 림프 순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귀 주변부터 목덜미와 어깨 승모근 주변을 풀어주었다.
백신 접종 셋째 날.
월요일 아침에는 살짝 땀이 나면서 가뿐하게 일어났다. 머리도 맑아지고 오한도 근육통도 거의 사라졌다.
출근하자마자 몸에 이상은 없는 지, 아픈 곳은 없는 지 서로 살피며, 휴일 지낸 이야기를 한의원 선생님들과 나누었다. 모두 이틀째 컨디션이 제일 안 좋았다고 했다. 백신 맞은 날 밤부터 다음날 하루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
점심을 먹는데 다른 날과 달리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 자주 떨어뜨렸다. 머쓱해서 "어머! 오늘따라 자꾸 떨어뜨리네?"했더니, "원장님~ 저희도 오늘 이상하게 젓가락질이 잘 안 돼요." 하며 함께 웃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백신 접종을 함께 한 우리 선생님들과 전우애(^^;) 비슷한 감정이 생겼다.
면역력이란 쉽게 말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해 내고 맞서 싸우는 힘이다.
잔 싸움을 통해 큰 싸움을 할 면역력의 맷집을 키우려고 백신을 맞는다. 이때 나타난 열이나 통증은 싸움의 크기와 몸에 일어난 위험의 정도를 알려주는 충실한 전달자라 여기면 된다. 큰 싸움이 났다면 열도 통증도 크고, 작은 싸움이 난 거면 반응도 작다. 그래서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 진통제는 반드시 큰 싸움이라는 기준점을 가지고 사용해야지, 증상도 없는데 두렵다고 지레 겁먹고 응급약을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번 백신 앓이는 혼자 해결해 낼 수 있도록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함을 내 몸에서 상기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은 백신 접종 6일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그 변종들과 함께 당분간 살아가야 한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생존의 문제다. 무엇이 최선일까? 모두가 고민한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식들로 백신 접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자신의 면역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접종 시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