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하게 버티는 게 미덕은 아니다
유일한 동네 지인과 오랜만에 티타임을 가졌다. 여름 내내 사복 실습 나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는데 드디어 끝이 났다고 했다. 실습한 노인복지센터에서 9월부터 파트타임으로 일해보라고 권했다는데 실습하면서 힘들어서 실습 끝나기만을 기다렸기에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사복 자격증을 왜 땄는지 생각해 보라고, 아이 학교 보내놓고 오전 네 시간이면 해볼 만한 것 같다, 힘들만하면 퇴근이잖아, 센터까지의 거리가 걸어 다니면 운동도 되고 일석이조겠네, 사복업계도 경력이 중요하다던데 그렇게라도 경력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펌프질(?)을 했다. 그러더니 오후에 전화가 왔다. "언니 말 듣고 해 보기로 하고 연락했어요. 담주부터 출근해요. 언니 얘기 들으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사복 자격증을 왜 땄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답이 명확해지더라고요. 일단 해보려고요. 해보고 힘들면 관두죠 뭐."
막상 내 얘기를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단칼에 거절했던 일을 받아들여 최저시급 비정규직 알바의 삶으로 뛰어든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 싶기도 했다. 예전부터 내 지인들은 나더러 영업을 해보라고 했다. 내가 뭘 해보라고, 뭐가 좋다고 권하면 쉽게 설득되는 편이라고. 왜 그럴까 하고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건 내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영업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뭔가를 권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기에 내 말에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 친구에게 말할 때에도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진심으로 말했을 뿐이다. 그러니 영업을 잘할 거라는 말에 혹해서 영업에 뛰어들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진심이 아닌데 진심인 것처럼 위장하는 일에는 몹시 취약하다. 이것은 사람을 대하는 데,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힘들면 관둘 수 있는 용기, 그것도 분명 용기이다.
뭘 시작하면 관두기가 힘들어 최소 10년은 버텼던 나도 습득하고 싶은 능력이기도 하다.
빠른 판단, 빠른 태세전환, 돌아서 나올 수 있는 용기.
이렇게 생각하니까 뭘 시작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9월부터 새롭게 맞이할 서로의 일상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