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는 관계로 이루어진다
9월이라고,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이고 카페 안의 에어컨 냉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카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세 사람이 만나 예전처럼 대화를 나눴다. 언제부턴가 어쩌다 만나면 끝이 좋지 않았다. 어떤 타이밍에서건 마음이 상한 사람이 있었고, 마음 상한 사람도 그렇게 만든 사람도 만난 후 뒷맛이 좋지 않았다. 엉켜버린 관계를 풀기 위해 애를 써달라는 말에도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낙담하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 보낸 그 소중했던 기억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 것 같았고,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기대를 갖는다는 것이 부질없어 보여 서운하고 허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더는 이 관계로 인해 마음 상해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텨왔다. 시간이 흘러서일까? 안간힘을 쓴 덕분일까? 우리는 카페 야외테이블에 앉아 꽤 오랜 시간 편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예전 함께 공부하고 놀았던 시간들을 추억했고 우리를 떠난 이들을 떠올렸다. 어떤 노력도 하기 싫다던 이가 떠난 이들을 먼저 말했다. 나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마음이 들끓던 그 시절에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해결하는 일이었구나. 결국 시간이 해내는 일이었구나. 시간이 해결할 일을 가지고 어떻게 해보겠다고 전전긍긍했었다.
플레이팅이 예쁘고 맛도 괜찮아 괜스레 마음이 들뜨게 했던 식당에서 일흔 살 안팎으로 보이는 어르신 팀을 봤었다. 곱게 잘 차려입고 나긋나긋 대화를 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저 나이에도 이렇게 만나고 있겠지?", "당연하지!", "과연 그때까지 만나고 있을까?" 미심쩍어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헤어지며 예감했다. 아마도 지긋지긋하게 만나고 있을 것 같다고... 우리의 만남이 예전처럼 다시 편안해졌음을 느꼈으므로, 제법 즐거웠으므로. 만나자고 말하길 잘했다 싶었다. 아마도 누군가 먼저 손 내밀기를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밤의 도서관에서 발견한 글귀.
"삶의 의미는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자유롭다.
삶의 의미는 관계로 이루어진다. " - <인생의 의미>-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밤이 되니 그 요란하던 매미소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밤을 집어 삼켰다.
도서관을 내려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서늘해진 공기만큼이나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