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

삼겹살+소맥만큼 좋았던 우리의 케미

by 낮별

특강이 있어서 어제도 학교에 다녀왔고, 남편은 1박 2일 출장에서 돌아왔다. 저녁으로 뭘 해 먹을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장 봐놓은 게 없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동네 고깃집 봉급날을 찾았다. 저녁 바람이 선선하여 오랜만에 남편 팔짱을 끼고 걸어도 끈적임이 없었다. 낮엔 여전히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가을이다.

삼겹살 2인분을 시켜놓고 소맥을 기울였다. 술도 술술 들어가고, 이야기도 술술 흘러나왔다.


나는 새롭게 시작한 대학원 생활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새로 만난 사람들, 새롭게 접해보는 것들, 온통 새로움이었다.

남편은 내 얘기를 듣고 호응해 주며 틈틈이 야구 중계까지 보느라 바빴다.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오래전 남편의 대학원 생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남편이 그렇게 눈빛 반짝이며 열심히 말하는 걸 오랜만에 봤다.

대학원생이던 오래전 그를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그 시절 눈빛이었다. 그에게도 뭔가 새로움이 필요한 것일까?


오랜만에 예전처럼 남편과 대화의 케미가 좋았다.

술잔처럼 이야기도 주거니 받거니 오고 갔다.

그러다가 어제 아들의 "엄마, 뭐 해?" 다정한 안부에 나도 우리 엄마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며 결국 또 울었다.

엄마 얘기에는 맨날 눈물바람인데, 술까지 마셨으니 백발백중이다.

남편은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이제 그만 집에 가자며 일어났다.

나는 술기운이 올라 남편에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끝끝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나의 브런치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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