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자는건가?
뭔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겠고, 영화 시작 부분과 중반부까지(그러니까 미친 짓을 하고 다니기 시작하는 지점까지)는 대체로 유쾌하고 재밌었다. 꽤 여러 번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영상도 좋았고, OST도 미쳤다 했다. 이런 장면에 저 노래를? 감독의 탁월한 감각에 감탄했다. 연기의 신으로 소문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말도 안 되게 선을 넘은 장면들이 있었다. 안 본 눈 사고 싶을 지경이었다. 토가 쏠렸다.
보고 나오면서 남편과 장탄식을 내뱉었다. "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뭘 어쩌자는 건가?"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생각났다.
유영철은 만행을 저지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람을 살해한 후 시체를 토막 내고 있었을 때 유영철은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감기 아직 안 나은 거야, 아빠?" 아들의 염려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했다.
아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마음이 불편해서 사체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그날은 라면이 아닌 따뜻한 밥을 지어먹었다고 적었다. 그러니까 다른 날에는 그 짓거리를 하고 라면을 처먹었다는 얘기다. 아들 목소리에 동요되어 따뜻한 밥을 지어 자신을 위로했던 것이다.
자신의 가족만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무참하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는 유만수, 동기가 가족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그 끔찍한 현장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동요되어 따뜻한 밥을 지어먹었다는 유영철. 내겐 두 사람이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박찬욱 감독 영화는 늘 마음 불편한 지점이 있었지만 지난번 영화 '헤어질 결심'은 세 번이나 봤을 정도로 좋았기에 이번에도 기대하며 예매했는데... 가족이기주의, ai혁명으로 인한 인간소외의 비극적 단면 이런 것들에 대한 은유라고 하더라도 가도 너~~무 갔다. 관객의 불편함, 찝찝함이 목적이었다면 크게 성공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세계적 거장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걸고, 이 나라 최고의 배우들을 앞세워 공들여 만든 예술이라는 포장을 우리는 어디까지 견뎌야 하는가? 이런 끔찍한 허구를 어디까지 유통시킬 것인가?
다만, 그 유명한 고추잠자리 장면은 정말이지 짜릿했다. 배우들의 목소리가 다 잡아먹히도록 상영관을 가득 채운 사운드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전곡을 즐겨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니 그 장면을 위해서 영화관을 찾는다고 해도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