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먼 마음을 품기

영화 <걸어도 걸어도>

by 낮별

십여 년 전 바다에 빠진 소년을 구하려다 익사한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가족들이 모인다. 차남 료타는 어린 아들이 있는 미망인 유카리와 가정을 이루었고 형의 기일에 함께 고향을 찾았다. 형의 묘지를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료타와 어머니 토시코가 뒤에서 걷고 유카리와 어린 아들이 앞장서 걸었다.

뒤에서 걷던 어머니 토시코는 료타에게 아이를 갖는 것은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면 헤어지기가 힘들다며 애 딸린 유카리를 다소 못마땅해한다. 료타는 그런 말이 어디 있냐며 어머니의 말에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반박한다. 토시코는 노랑나비를 보며 겨울에 죽지 않은 하얀 나비가 이듬해 노랗게 된 거라며, 그 얘길 알고부터는 노랑나비를 보면 왠지 딱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날 밤, 집안으로 들어온 노랑나비를 보며 준페이가 묘지에서부터 따라온 것이라며 애달파했다. 토시코도 료타도 그럴만 했다.


앞장서 걷는 유카리는 노랑나비를 보며 어린 아들에게 몇 년 전 아빠와 함께 가루이자와에서 나비를 잡았던 일을 기억하는지 묻고, 다음에는 아빠의 산소에 가자며 기약한다. 유카리도 그럴만 했다.

이렇게 두 쌍의 모자는 서로가 들으면 서운할 대화를 각각 나눈다. 이들의 대화는 다른 사람에게 전하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또한 전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다.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딱 저만큼의 거리, 상처가 될 대화가 들리지 않을 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노랑나비를 보며 그리워하는 사람이 다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라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 안에서의 위선은 때로 가장 숭고한 신뢰의 증거가 된다. 서로가 서운함과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대나무숲이 되어주되, 그 울림이 상대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기꺼이 비밀의 수호자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가족 안에서 경계를 지키고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 평화롭다면 경계와 비밀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애쓰고 있다.


전하라고 한 말이 아닌 말을 전하여 생겨난 수많은 파국을 떠올려보며 이 가족의 태도와 거리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걷기 위해, 우리는 때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마음을 품는다.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말대로 가족은 둘도 없이 소중하지만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지만, 성가시지만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기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 멀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품는 마음, 상담자의 마음과 통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밀유지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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