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영국 슬라우(Slough)는 영국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소도시이다.
2005년 BBC방송국과 심리학자들이 "Making Slough happ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슬라우 시민들의 행복도 높이기 실험을 실시했는데, 이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의 행복감은 33%나 증대되었다.
참가자들에게 부여한 10가지 과제는 다음과 같았다.
1. 하루 30분이라도 운동을 하세요.
2. 좋았던 일을 떠올려 보며 감사 노트를 작성해 보세요.
3. 온전히 1시간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세요.
4.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키우세요.
5. TV시청을 반으로 줄이세요(요즘은 유튜브)
6. 낯선 사람에게도 미소를 지으세요.
7.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하세요.
8. 하루에 한 번씩 소리 내서 유쾌하게 웃으세요.
9. 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세요.
10.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세요.
이 목록을 다 기억하고 온전히 실천하기란 자연스럽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제 나는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에서 시든 이파리와 꽃잎을 정리하고 물을 줬고, 남편의 예상밖에 이른 퇴근 전화를 받고 남편과 동네 호프집에서 500cc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다 많이 웃었고, 늘 하던 데로 6km를 땀나게 걸었다. 이로써 1, 3, 4, 8번을 행복하겠다는 의식 없이도 자연스럽게 했다.
낮에 식탁에 앉아 책을 보다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실 창 밖에 외벽 작업하는 분이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계셨다. 드라마 '무빙'에서 조인성이 하늘에서 날아왔을 때 한효주처럼 놀랐다. 미리 공지된 걸 금세 떠올렸고, 눈이 마주치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6번 클리어.
그리고, 고민하던 대학원에 드디어 등록했다. 거액의 등록금을 입금시킴으로써 나에게 아주아주 큰 선물을 했다. 9번 내게 줄 선물은 앞으로 2년 치 이걸로 퉁치기로 한다.
길에서 낯선 분이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건네면 움찔 뒷걸음치려고 한다. 어제도 그러려고 했는데 길을 물으려는 분이었다. 스마트폰 길 찾기 앱을 열어두고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시는 할머니를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렸다. 10번도 해치웠다.
나도 모르게 10가지 목록 중 일곱 가지나 하루에 해냈으니, 나는 제법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2번 감사 일기까지 끝냈다. 여덟 가지를 해낸 셈이다.
오늘은 유튜브를 멀리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