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것이 수명이 다하면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어제 식탁이 배송되었는데 젊은 남자분이 혼자 왔다. 식탁 상판이 포쉐린이라 제법 무게가 있어서 당연히 두 사람은 올 줄 알고 쓰던 식탁과 의자를 분리수거장에 내려놓는 서비스를 부탁해 놨었는데 혼자 온 걸 보니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새 식탁을 옮기느라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도착 전에 거실에 에어컨을 강풍으로 돌려놨지만 거실 바닥에 땀이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쓰던 식탁만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의자 네 개는 나와 작은 아이 둘이서 직접 날랐다. 분리수거장에 내려다 놓고 돌아오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애썼다.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다면 그냥 두고 쓰는 편이다. 내가 쓰면 식탁이지만 내놓으면 쓰레기가 되는 거니까. 식탁 다리가 많이 흔들리고 의자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어제 옮겨놓으면서 식탁 다리 하나가 완전히 휘어버렸다. 남은 미련마저 정리하라는 듯.
새 식탁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좋다. 손에 닿는 질감도 좋고, 상판 컬러도 눈이 편안하다. 떠나보낸 식탁은 잊어버리고 금세 새 식탁에 적응할 것 같다. 역시 새것이 좋긴 좋구나.
저녁에는 친구 시아버님 문상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잔뜩 만났다. 처음에는 남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어서 몰랐는데 자리를 친구들 쪽으로 옮기고 나니 자식자랑, 돈자랑, 일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웃으면서 듣고 있었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나이 들더니 자랑질이 노골적이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한껏 축하해 주고 부러워해 줄 수 없는 나의 작은 마음이 문제인 걸까?
이래서 우르르 만나는 게 꺼려진다. 소수의 마음 맞는 친구만 만나면 그래도 대화라는 걸 하게 되는데, 이렇게 떼거지로 만나면 서로 지지 않겠다는 듯 자랑 배틀이 벌어지니. 헤어질 때 속이 다 후련하고, 이런 만남은 앞으로 가급적 피해야겠구나 마음먹게 된다. 자식자랑, 돈자랑, 일자랑에 주거니 받거니 바쁜 친구들 틈에서 다음 학기 상담대학원에 진학한다는 내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우리 친구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