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보다 백 배 아픈 치료
토요일 오전 정형외과는 아픈 사람들로 붐볐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대답은 했는데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던 젊은 여자가 있었다. 직원이 다가와 두 손을 맞잡고 일으켜 세워 부축하니 허리를 곧추 세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겨우 걸음을 떼놓았다. 당장 응급실로 갔어야 할 상태로 보였기에 모두의 시선이 그 여자에게 향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이고고..." 하는 소리는 어르신들에게서 흔히 들리는 소리였지만, 그 여자는 너무 젊었다. 무슨 사고가 있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다. 자신이 저 정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발목 주사 후 경과를 보고 혈액검사 해둔 결과를 들었다. 겨우 마흔이 되었을까 싶어 보이는 남자 의사였다. 첫 진료에서 얼떨결에 왼쪽 검지와 중지 손톱을 한꺼번에 물어뜯는 걸 목격하고 그 인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환자인 나보다 더 긴장한 걸까? 진료를 맡겨도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세 번째 진료, 그는 더 이상 입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았고, 막 개원한 병원 의사답게 이상적으로 친절했다. 설명은 쉽고 자세했고, 권하는 치료와 기대되는 효과도 설득력이 있었다. 발바닥 통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에 충격파 치료를 권했다. 작년에 무릎 충격파 치료를 세 차례 받았고 그 치료 과정의 고통도 어마무시했지만 그에 비해 효과가 미미했기에 충격파 치료에 대해 비교적 회의적이었다. 치료를 망설이는 나를 결국 설득해 냈다.
충격파 치료의 통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치료하는 내내 '악'소리가 저절로 나와 두 손을 꼭 쥐고 안간힘을 썼더니 온몸이 축축하게 땀으로 젖었다. 이걸 최소한 세 번은 받아야 한다고 해서 미리 예약을 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아픈 건 이 정도로 아프지 않은데... 증상보다 백 배는 더 아픈 치료라니.
물리치료사가 내 진료 기록지를 보더니 "마라톤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들여다보니 '마라톤 중 부상'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마라톤의 '마'자도 꺼내본 적 없다. 다만 달리기를 하다 통증을 느끼기 시작해서 중단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마라톤 중 부상"이라 적혀있는 걸 보니 우스우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물리치료사의 손목에 손목보호대가 눈에 띄었다. "손목 아프신가 봐요?"라고 물었더니 "아, 저요? 저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니 나랑 똑같네.' 자신이야 말로 마라톤 마니아라 발바닥까지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내 진료 기록지에 마라톤이라 적혀있어서 내적 친밀감이 들어서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고 했다. 운동을 절대 매일 해서는 안 된다며, 36시간은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하니 일주일에 3일만 하라고 했다. 아프면서도 마라톤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하반기 마라톤 대회 신청을 몇 개나 해뒀다면서 달리기의 매력을 말했다. 몸은 아픈데도 달릴 수밖에 없는 열정,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 마음에 대해.
충격적인 충격파 치료보다 더 치유가 되었던 건,
내 아픔에 공감해 주며,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여주고, 자신의 아픔까지 공유해 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