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 여름의 BGM

새벽에 이불을 끌어다가 덮으며

by 낮별


더위가 한풀 꺾이고 매미는 자신의 계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더욱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다. 숲을 면하고 있어서 여름이면 매미소리가 엄청나다. 어느 날 마치 매미가 집안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서 둘러보니 거실 방충망에 들러붙어 목이 터져라 울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가 살펴보고 그제야 매미는 목이 아닌 배로 소리를 낸다는 걸 발견했다. 배에 가로로 길게 막 같은 게 있어서 그 부분이 들썩이며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매미는 배로 운다는 걸 쉰이 넘어 알았다. 그러니까 목이 터져라 우는 것이 아니라 배가 터져라 우는 거였다. 그걸 알아차린 날 좀 충격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손가락으로 방충망을 툭 건드렸더니 훌쩍 날아가버렸다. 맴맴 우는 매미는 참매미, 치르르르 길게 우는 매미는 말매미. 오로지 수컷 매미만 운다고 한다. 암컷 매미를 유혹하기 위해 저토록 울부짖는 거라고 하니, 매미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성충으로 길어봐야 겨우 한 달을 산다는데, 매미 소리가 처절할 만큼 요란한 것은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것. 그러니까 매미 입장에서는 저 울음소리가 죽음을 앞둔 절규라고 하는데...


한겨울에 태어난 나는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인가, 말로는 "더위 지긋지긋해"라면서도 더위가 한풀 꺾이면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여름을 그다지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나면 왠지 허전했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 여름이 배경인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최악의 하루, 남매의 여름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여름의 청량감에 더해진 나른함과 여름의 매미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저 울음소리가 여름을 제대로 여름이게 만드는 BGM이다.


여름은 청춘을 닮아 있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잔나비의 노래가 이토록 좋은 것도 그런 이유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이상은의 노래가사가 진심으로 가슴에 훅 박힌 것도 이 노래가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나서였다. 청춘은 여름처럼 뜨겁고 요란했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지겹기도 했고 힘겹기도 했다. 그 열기와 소음이 사라지고 나니 그제야 그 시절이 보인다. 내년에도 여름은 다시 올 테지만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의 여름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아니까 해마다 가는 여름이 아쉽다.


새벽에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도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이불을 끌어다 덮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매미소리를 좀 더 즐기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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