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일본
내가 일본에 갈 때,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다.
지금과 같은 폰도 아니었고. 폴더폰? 그런 폰이었다. 카메라 화소도 엄청 후진 그런 시절.
(그때 화소 좋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어야했는데. 후회가 듬. 남는 건 사진 뿐임.)
아무튼, 일본에 갈 때, 부모님이 신혼여행 때 샀던 니콘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갔어.
고장난 카메라였는데, 아버지가 주면서 고칠 수 있으면 고쳐 오라고 하셨다.
솔직히 그냥 가져온 거고, 고칠 생각은 딱히 안 했다.
너무 오래된 카메라였기 때문에.
몇 년 후에, 니콘 회사에서 일본 지역을 돌면서 무료 수리 이벤트를 하는 거야.
내가 사는 동네까지 왔어.
얼씨구나. 하고 내가 카메라를 가져갔지.
테이블에 일렬로 4명의 젊은 남자 직원들이 앉아있었어.
내가 낡아빠진 카메라를 갖고 가니까, 그 4명이 난리가 난거야.
일하러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라, 진짜 기계를 좋아하는 느낌.
이거 어디서 샀냐. 언제 샀냐. 아직까지 갖고 있었냐.
내 카메라 구경한다고, 어린애처럼 너무 신나하는 거야.
자기들 제품을 오래 써줘서 고맙대.
이 젊은 직원들의 마인드가 놀라웠다. (오래 되어서 고치진 못 했음.)
니콘은 수리 서비스를 한게 아니야.
기업 이미지 마케팅을 했던 거지.
난 아직도 '니콘'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