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일본
처음에는 일본말을 못 하니까, 한국인 가게에서 일했다.
한국인 사장은 일찍 나와서 늦게 가길 바랐다. 통보없이 잘리기도 했고, 교통비를 지급해준다면서 지급하지 않았다. 월급도 밀려서 겨우 받은 적도 있었다.
한번은 신오쿠보에 있는 고깃집 면접을 갔는데, 여사장이 나보고 안경 쓰지 말고 렌즈 끼고 일할 수 있냐고 물더라. 왜요? 그랬더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안경 안 쓴 게 낫지 않냐는 답이 왔다. 모델하는 것도 아니고, 고깃집 알바에 안경을 쓰냐마냐 따지다니. 놀라웠다.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도 이런 말은 안했다.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은 죄다 ㅈ 같았다.
일본인 사장은 진짜 시간과 돈에 깔끔하다.
일찍 와서 일하는 것도 싫어하고, 늦게 가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정각에 와서 정각에 가길 바란다. 정말 놀랍도록 깔끔하다. 처음 일본인 가게에서 일한 게 편의점인데, 내가 한국인 가게 생각하고 퇴근시간 지나도 미적거리니까 왜 안 가냐고 했다. 시간 땡하면 가래. 정말 컬쳐쇼크였다.
한국인 사장 만난 경험으로 일본인 사장하고 면접때, 나는 렌즈를 못 낀다. 는 말을 전제로 깔고 시작했는데, 일본인 사장이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니가 일만 잘해주면 돼."
그 후로, 난 일본인 사장만 있는 가게에서 일했고, 일본인 사장은 아무도 나의 안경을 지적하지 않았다.
한번은 NHK드라마 세트장을 만드는 알바에 갔는데, 나무에 페인트칠을 해야하는데, 페인트 냄새가 사람 돌게 만들더라. 알바 첫 날에, 4시간 하고 돌아왔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날 정도여서 거기 담당자가 나보고 집에 가라고 했다. 도중에 잘린 것이다. 그래서, 4시간을 날렸구나. 돈은 못 받겠구나 생각했는데, 석 달 뒤인가? 한 달 뒤인가? 내 집에 그 4시간 일한 돈이 우편으로 날아왔다. (우체국 가서 교환해서 받을 수 있는 돈) 정말 컬쳐쇼크였다.
한번은 오전타임만 일하는 식당 알바를 했는데, 4시간 일하는 거야. 근데, 30분동안 휴식시간이 있어. 돈 주는 휴식시간. 정말 컬쳐쇼크였다. 손님이 많이 오면 쉬는 것도 눈치 보이잖아. 그래서, 나와서 일하면 왜 나오냐고 쉬라고 오히려 들여보낸다. 정말 컬쳐쇼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