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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캔 Dec 15. 2021

지진과 동급인 존재

내가 만난 일본

요즘은 한국에서도 지진이 가끔씩 발생하지만, 내 경우는 일본에 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지진을 겪은 적이 없었다. 공포를 겪은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벽에 아무것도 걸지 않는다. 내가 자는 동안 무언가 침대 쪽으로 넘어지지 않는 위치에 배치했다. (고베 지진이 새벽에 일어나서 사망자가 많았단다.)


일본에서 배운 지진이 발생 시 가장 꿀팁은. <신발 사수>와 <탈출구 확보>이다.

물건이 깨지면, 맨발로는 탈출이 불가능하다. 무조건 신발부터 사수해야 한다.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책상 밑에 들어가고 그러는 거지. 우리는 발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탈출구 확보. 건물이 찌그러지면, 문틀도, 창문틀도 찌그러져서 나갈 수가 없다. 뭐가 됐던, 출구로 활용될 수 있는 문을 열어놓는 게 좋다. 집에 갇혔을 때 화장실이 안전한데, 일본은 변기와 샤워부스가 분리되어 가능한 얘기다. 일본 화장실은 딱 변기만 있는 사각의 공간이 지지대가 튼튼하고, 고립됐을 때 식수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은 변기와 샤워부스가 합친 꼴이 많아서 유리나 거울이 깨지면 다친다. 이론상은 그래도, 막상 건물이 흔들리면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지진이 밥 먹듯이 발생한다. 뉴스 하단에 지진 발생, 강도 몇, 쓰나미가 생길 확률은 몇. 이런 게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떤 의미로 일본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터전이 그곳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지진이 너무 빈번하니까, 한 번은 일본애한테 물었다.


"너네는 지진 때문에 불안해서 어떻게 사냐."


일본애(20대 초반 女)가 즉각 내게 말했다.


"너네는 북한이 있잖아."


이때의 충격이란.

이런 생각의 전환은 정말 헉. 소리가 날 만큼 내 뒤통수를 후려깠다.


한국은 내일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휴전국'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평화로움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흔히,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는 군인. 이란 표현을 쓰는데. 그 느낌을 확 받았다. 수많은 한국 남자들이 징병제에 의하여 꽃청춘인 20대의 나이에 군대로 끌려간다. 이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한국 남자들의 희생이 있어서 너무도 편안하게,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놀라왔던 건, 그 일본 여자애는 남의 나라 사람이잖아. 나이도 20대초면 어린데, 한국인보다 더 북한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가 일본 언론에 있다고 봤다. 일본 뉴스나 방송에 북한 소식이 자주 나온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일요일 아침에 <남북의 창> 이 정도로 평면적인 북한 얘기를 듣고 그랬는데. (그 당시는 유튜브도 없었으니까.) 일본은 한국보다 북한에 더 관심이 많고, 일본인에게 그들의 정보를 더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때 일본 여자애 때문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과연, 한국 여자가 군대에 안 가는 게 맞는 걸까. 유사시, 전쟁이 또 발생하면 총이라도 쏠 줄 알아야 내 몸을 지킬 텐데. 여자도 총 쏘는 건 좀 배워야 적으로부터 대항하지 않을까. 한국 인구수 줄고 출산율 저하로 조선족도 한국 군대에 가는 마당에. 이스라엘처럼 한국 남녀가 다 군대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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