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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행인 Nov 14. 2022

글쓰기

1


내게 있어 글쓰기란 자기 치유의 비약(祕藥)도 아니고,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할 연장도 아니다.  글쓰기란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구원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토록 잘 쓴, 잘난 작가들이 그다지도 고통스럽게 객사하거나 자살하거나, 하여간 불행하게 죽어야 했는지. 톨스토이와 헤밍웨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벤야민이나 들뢰즈들은 예외로 하자.) 우엘벡의 말대로 쓰지 않으면 ‘조금 더’ 괴로울 것이고, 내게 있어 글쓰기란 망각의 수단, 혹은 그런 바람일 따름이다. 하루 온종일 뇌수를 헤집고 다니는 못생긴 생각들을, 못생긴 문장들로 옮겨 다시는 쳐다보지 않아도 되도록.


2


묘사 한 단락.


<11월 초의 모기는 더러운 교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비친 먼지 덩어리처럼 생기 없이 떠다녔다. 나는 그것이 타다 남은 잔불 같은 것이리라 생각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박수 한 번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내 허우적거림에 그것이 마지막 불똥을 튀기듯 재빠르게 솟아올랐기에, 나는 이불을 걷고 엉거주춤 일어나, 예의 허우적거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마침내 손바닥 위에서 뭉개진 그것에서는 피가 터지지 않았고 그래서 부주의하게 숯검댕을 묻히기라도 한듯 보였지만, 그건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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