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여름
비 많이 오고 난 다음 날
많은 지렁이 시체들
한 지렁이가 땅 밖에 나와 빗물 자국 콘크리트 주차장 바닥을 기고 있었다
거짓말 안 하고 내 새끼손가락 만한 굵기의 지렁이
"용이 되려다 지렁이가 되었나"
"피부가 마르면 죽을 텐데....."
난 그 지렁이를 집었다
손이 미끄덩미끄덩
화단으로 옮기려 하는 순간
옆에서 비질을 하고 있던 경비아저씨가
쓰레받기를 들이댔다
"여기에 넣으세요"
난 들은 척도 안 하고 화단 흙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죽어요 올라왔던 녀석들은"
"흙에 물기가 많아 숨을 못 쉬니까 숨 쉬러 올라와서는 다시 못 들어가 죽는 거죠"
살려고.. 숨 쉬려고 나왔는데...
올라왔던 녀석들은 진짜 죽을까?
아니 땅으로 돌아가면 다시 살지 않을까?
콘크리트가 많아 숨 쉴 땅도 좁겠지만
네가 있던 그 땅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필시....
콘크리트를 기어 다녔던 지렁이
난 다시 조용히 땅에 묻기로 했다
그리고
난 다시 묻는다
"넌 어떻게 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