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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해 Jan 08. 2024

버러지

내 안의 눈이 나를 본다

외식 사업부에 취업하기 전 강릉 경포대 근처 호텔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관광학과였기 때문에 관관종사원 근무는 필수 실습학점이었다.

과 선배로부터 매 해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 놓았던 찰나에 돈이 그리고 바람 쐬고 싶은 나에게는 그 알바는 참으로 구세주 같았다.

경포대의 H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힘들어서 아무도 가지 않겠다고 했었을 때 손을 들었던..

다음 해는 군대에 가야 했고 외사랑 등 정리할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숙식 제공이 마음에 들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까지 생기니...

모든 문제의 발단은 감정이다.

김광석의 노래 중 외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다.

눈물 고인 내 두 눈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감으면 흘러내릴까 봐 눈 못 감는 외사랑...


고등학교 2학년 학교 서클에 이상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이미지는 "참으로 이상한 애"라는 느낌만 있었다.

그 해 우리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었다. 서클 아이들은 각자 반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또 같은 서클의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야 사진 같이 찍자"

여자 동기들이 용기 있게 말을 건다. 역시...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같이 찍혔던 동기 친구의 얼굴이 낮이 설었다.

난 사진을 들고 조용히 서클 남자 동기들에게 물었다.

"야.. 00 이잖아.."

"뭐? 누구?"

사람의 눈꺼풀이 벗겨질 때 바로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그 감정의 갭이 크면 클수록 마음은 더욱더 크게 요동친다.

난 그 애를 자세히 보게 되었고.. 가면 갈수록 두렵고 떨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아이와 같은 전문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난 그 아이한테 1년 동안 매주 연애편지 아닌 연애편지를 보냈었다.

물론 답장은 기대를 안 했었지만 답장이 없는 날은 계속되었고.. 중간중간 남자들과 다니는 것을 보면 마음이 그리 좋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학년 학년 말쯤에.. 보고서 용지 한 장을 찢어 적은 편지를 받게 되고...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

나의 마음을 더 이상 그 아이에게 둘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난 그 편지 같은 보고서를 잘게 찢어버려 바람에 날렸다.


언덕 위의 호텔에서 대나무 길 사이로 내려가면 해변가 근처 호텔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숙소가 있었다. 바람이 불면 언제나 투닥투닥 대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정막 하지는 않았다.

이층 건물로. 1층이 3개실로 되어 있고 공동 화장실 사워장이 있었다. 난방은 중앙난방 호텔 난방에 연결된 시설이었다. 넓은 방에서 나를 포함해서 알바 3명이 같은 방을 썼었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에 갔었다. 신사임당이 넘었다는 그 대관령.... 강릉 경포.

호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필요한 것을 제대로 가져다주면 되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그것을 가져다주면 된다. 서브 누구를 위한다면 그 누구를 유심히 살피면 된다.

써빙, 처음 들어본 츄레이라 처음은 서툴고 어려웠지만 한 달이 지나자 츄레이로 장난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마카’ 커피 주세요라고 들으면 마카 커피가 뭐지? 당황하지 말고 모두 커피 가져다 드리면 돼 “

마카는 강릉에서 쓰는 '모두'라는 뜻의 방언.

나의 주업은 아침 한식당의 식사 써빙 카페의 홀 써빙 그리고 호텔 뷔페 사업인 연회장 세팅과 정리, 청소였다.

강릉의 겨울은 눈이 제법 왔었다. 눈이 오면 모든 남자 직원들은 제설 작업으로 분주해진다.

호텔 커피숍에는 바닷가에서 올라오는 계단이었다 그리고 그 계단으로 올라와서 가장 먼저 자리하고 있는 자리가 바다가 경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모래사장과 바닷가 기암괴석과 그 위에 있는 소나무들... 한 편의 수묵화를 감상하고 있는 느낌의 그곳..

그런데 그곳이 내가 알바를 시작하고 2달째에 왕 회장님이 요양 차 호텔로 오시고 이발시설을 따로 두라는 명령으로 그 공간이 개인 이발공간이 되었다. 그 테이블 자리는 없어지고 이발소가 생겼지만 회장님이 이용하지 않으면 직원들 누구나 그곳에서 이발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알바를 끝내기 전 한 번 회장님 전속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은 적이 있다. 특별히 잘 깎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선배는 자세하게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내 오제이티(오버잡트레이닝) 담당이기도 했었던 선배. 오제이티는 순서가 있었다. 내가 그날 배울 것들과 숙지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그렇게 하는지 보아주고 잘 된 것과 잘못된 것을 피드백해 준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그날 저녁에 적어서 그다음 날 선배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했었다. 3개월을...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해서 계단을 이용해서 연회장에서 주방을 오르락내리락한 적이 있는데.. 항상 왕회장님이 계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수고하네”라고 먼저 직원들에게 인사를 주셨다.

나는 목례와 함께 일을 하러 계단을 내려갔었다.

수행비서가 없는 건가 아님 같이 안 다니는 건가 비서 없이도 다니시는군...

“어 이 회장님은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마지막 여생을 여기서 보내는 죽기 전에 보고 싶은 바다 실컷 보고 싶다는 염원의 한 늙은 노인이었다.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래도 자기가 일군 것이 있기에 자기 여생을 이렇게 보낼 수 있겠지...


호텔에서는 베이커리를 팔고 있었다. 파티쉬에가 직접 만든 쿠키와 케이크 빵들을 판매를 했었다. 남은 케이크가 있으면 버리기 아까워 나눠 먹기도 했다. 어차피 다 버릴 것들이니...

내가 좋아했던 것은 특히 피칸파이 호두가 다닥다닥 박힌 파이 시나몬의 향기가 달콤하게 쌉싸름하게 퍼지면 침이 꿀꺽 넘어가고 쌍화차의 깊은 향기가 눈앞에서 아롱거린다..

가끔 시중에서 피칸파이를 사 먹는 이유도 아마 그때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일 것이다.

맛있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가족도 생각이 났지만 내 마음을 조각을 낸 것 같은 그녀 생각이 먼저 났다.

"이 새끼 또 지랄이다."

난 마음으로 또 나를 정죄하기 시작한다.


호텔일은 순번이 정해져 있고 휴가를 번갈아가며 쓰고 있었다. 숙소에는 우리 알바 3명과 그리고 직원들이 같이 숙소를 쓰고 있었다. 지배인님 다음으로는 주임님이 주임 다음으론 선임 웨이터 아니면 선임 웨이트리스가 지배인님의 사항을 주임이, 주임이 선임에게 전달하면 평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에게 전달이 되는 시스템.. 서비스 조직은 군대와 같다. 한 목적을 위해 협업을 해야 한다.

같이 숙소를 쓰는 직원들과 알바들은 친해졌다. 다 윗 선배들의 배려였다는 것을 지금도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 주임님은 술을 참 좋아했다. 숙소에서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게 되면 작은 동네 구멍가게가 나오고 그 구멍가게에선 그날 잡은 생선이 있으면 그 생선을 회를 처서 팔기도 했었다.

일이 끝나면 가끔 주임님과 선배 알바들은 서로 눈을 처다 본다..

“한잔 마실까?”싸인이다.

그럼 옷 갈아입고 씻고 같이 숙소를 나와 그 가게로 간다.

날은 저물고 보름 검은 바다 위에서 오징어 잡이 배들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고 집어등의 불빛으로 수평선이 그려지기도 했다.


어느 날 그 수평선위를 새햐얀 무엇인가가 꿈틀테는 것이 보였다.

보름달... 넋을 잃을 정도로 커다란 보름달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보름달은 수평선 위로... 그리고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실개천 위로 비추기 시작했다.

어디서 월광 소나타가 조용히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고추장이 얼굴이 범벅이 되는 줄 도 모르고 술잔을 기울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밤은 낮처럼 밝았다.

3개월... 3번의 보름달...  

나에게 다시는 오지 않지만 나에겐 지금도 영원한... 그 젊은 달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내가 그때 나를 잊어버렸던 경험을 해서 일지 모른다 생각이 든다.

내가 없어지는 경험, 시끄러운 무언가 속에 그 시끄러움이 더 큰 무언가로 흡수되는..

그리고

희열..

아 아름다운 달, 춘월...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난 어쩜 또 찢길 것 같다.

달은 그녀의 생각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꿈이었다.

이상해서 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야 집에 뭔 일 있지?"

"형 아빠가 이야기하지 말라 했는데......"

"엄마 쓰러지셨어... 뇌출혈로"

달구경하며 있던 나, 젊음을 사랑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던...

번데기, 번데기는 번데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난 쉬는 날 집으로 엄마를 보러 갔다.

"네 얼굴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다".

집에 들어갔을 때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시는 엄마가 내 얼굴을 보며 하신 말..

엄마의 왼쪽은 있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난 그런 엄마를 앉고 울었다.

"미안해요 엄마, 내가 왜 그럴까요?"

엄마에게 하지 못 한말을 삼키며, 난 더 펑펑 울었다.

이 버러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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