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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해 Mar 20. 2024

더 특별한 날

거의 매일 세 가족이 저녁을 먹었었다. 하지만 없던 일이 생기고 고정된 직장이 생기니 매일 같이 하던 저녁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월요일은 일을 쉬는 날, 우리 가족 세 명이서 온전히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되었다. 아이는 학원에서 아내는 직장에서 돌아오고 그럼 우린 같이 저녁을 먹는다.


매주 한 번 월요일 우린 특별한 저녁을 먹으려 한다.


“뭐 맛있는 없을까?”


“이왕이면 맛있는 거로 먹자, 일주일에 한 번밖에 없으니, 이런 날엔 더 맛있는 걸로.. 일부러라도 특별하게 먹고 싶다.”


“전에 회사 근처에서 닭갈비를 먹었는데.. 거기 갈까?”처가 대답을 했다.


“그래”


우리 셋은 집을 나섰다. 러시아워, 퇴근 시간 역 근처의 식당이라 집 하고도 거리가 조금 있는.. 오고 가기에도 참으로 번거로운 길이다. 걸어가려니 조금은 힘이 들 것 같다.

하지만, 거리가 멀다? 힘들다? 생각이 든다면 특별하게 저녁을 먹고 싶다는 너의 마음은 거짓말이 된다.


길이 막혀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길은 이 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차... 이 길로 가면.... 조금 돌아가는 길도 나쁘지 않네” 내가 중얼거렸다.


아내가 그걸 듣더니..


“그럼 거긴 볶아서 나오니까 가기 전에 먼저 도착 시간을 알리고 가면 바로 먹을 수 있게 하자”라고 했다.


참 좋은 생각이었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었다.


공영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다 깜짝 놀랐다. 차단기의 차단 봉이 보이지 않았고 차단기도... 아니 공영주차장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 이거 뭐지?”


구리역 근처 시공영 주차장자리에 환승 통로가 생겨서 새로운 지티엑스의 연결 통로와 입구 등의 공사로 공사 관련 컨테이너, 건설 자재 들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주차할 공간은 남아 있어서 다행히 주차를 할 수 있었다(이제 7월 말이면 잠실까지 지하철로 15분이다. 헉).


목표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 방법만 알고 있으면 그 방법이 안되면 좌절하고 쓰러지고 아파서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한다. 나이가 먹어 좋은 점은 그래도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누가 이렇게 이야기했었는데 “나이 드니... 돈은 없고 철만 들었네”

그래서 난 “철이 들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나이 들었는데 철도 안 들면”이라 이야기했다.

우린 서로 웃었다. 상상하기 조차 끔찍했다.


2층식당으로 올라갔다. 전화했다고 하니 3명으로 세팅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가서 1분도 안 있어 닭갈비가 나왔다. 내 고향이름과 엄마 고향이름이 반반인..

춘천의 매운맛이라서 홍 춘 천인가?


난 춘천 사람 닭갈비는 내 과거 솔푸드, 처와 딸도 닭을 싫어하지 않아 참 좋다.


젓가락으로 고기와 채소와 치즈를 떠 와 쌈을 크게 싸서 먹었다.


“퐁듀 갖지 않니? 동동.”


'동동' 우리 딸아이 태명이다. 작은 북소리 의성어로 태명을 지었었는데 세상에 너의 소리로 알리고 울려라(그냥 뜬금없이 아무 생각 없이 태명을 지은 것은 아니었단다.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줘도 몰랐으니...)는 뜻이다.

인터넷을 지니로 바꿨는데 지가 들어가는 딸 이름을 부르면 자기를 부른다고 막 켜지고 막 말해서 특별하게 태명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밖에서 딸아이의 이름을 막 부르지 않으려는 부모 중에 하나라.. 아차 또 다른 이름은 온 (백) 온전한의 온이다. 온아 온아 이리온..

딸아이는 자기 다른 이름은 온이라 그랬는데 오니라고 귀신이라고 자기 친구가 그랬다고...ㅜㅜ


먹다가 사진을 찍었다.


“왜 먹기 전에 먼저 사진을 찍지, 왜 먹다가 찍어?”


“그러게 먹기 전에 정결하게 나온 사진을 찍지....”


딸과 아내가 이야기한다.


“내 글의 핵심은 사진이 아니고 지금 이 저녁이야”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거지.. 이 음식 사진은 그 증거일 뿐인 거지”


난 한술 더 떠

“남들이 다 음식 사진을 먹기 전에 찍잖아... 난 먹다가 찍고 얼마나 차별성 있어.. 하 하 하”


우린 뭐 특별한 것 없나 하면서 항상 특별한 것을 찾고자 한다. 특별함이 어디 따로 있나? 네가 특별하게 생각하고 특별하게 하루를 산다면 그것이 특별한 하루이지....


“학교생활은 어때?”


“공부는 재미없지만 그래도 학교 가는 것은 재미있어”.


(다행이다)“힘들지?”

“다 때가 있는 거야, 그때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안 그러면 엄청 힘들어져.. 엄청 돌아가야 돼”


........


“아 너의 반 선생님이 엄마가 봤을 땐 제일 좋은 선생님 같더라”


최근에 학교 부모참관 수업이 있던 날 오후 반차를 내고 갔다 왔던 아내가 이야기했다.


“와 감사하네.. 동동 기도 이루어진 거야? 그럼 아빠 기도도 응답받은 건데”


이런저런 이야기로 우린 배를 그리고 영혼을 채운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임을 잊고 사는 어른들이 참으로 많다.

전에 “누구 선생님은.....”이라고 시작했던 딸아이의 에피소드..

아이들을 무시하고 있는 선생님.


“그래? 그럼 그 이야기를 그려서 에피소드로 유튜브 작품으로 올려...”

그렇게 말을 하곤 했지만 참... 선생님 이전에 참된 어른이 참된 사람이 먼저 되었으면 하곤 한다. 나도 그렇게 못하면서....


“밥 볶아서 먹을 거야?”

“그래”

“두 개?”

“아니, 하나만 볶아보자”


밥을 다 볶고 숟가락으로 떠서 먹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특별한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오늘 닭갈비 참 특별하고 맛있었다.

기분이 참 좋다. 오랜만이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월요일은 쉬는 날, 

일이 없다 일이 생겨...

직장이 없다 직장이 생겨..

일용할 양식이 계속 생기는... 참으로 매일이 특별한 날..

그런 날들 속 월요일...

더 특별한 날...

우리 가족 더 행복했음..

그래야 하늘 아버지와 울 부모님.. 장모님도 행복하시겠지...


모두 끝나는 날까지 주어진 시간 행복하게 살다 행복하게 갔으면 좋겠다.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특별한 날은 우리가 매일 특별해지면 매일매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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