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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May 10. 2022

Part1. 꿈같은 소리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MZ.


 사람들은 우리를 MZ 또는 다포 세대라고 부른다. 떨어질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올라도 내려도 문제인 여전히 문제인 집값 그리고 최악의 취업난은 우리를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는 돈도 없는데 시간까지 없어서 하기가 힘들고 나 하나 먹고살기도 바쁜데 결혼은 부담스러운 게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성세대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라며 안쓰러워하고 결국 우리는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평범한 삶마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꿈도.

나 또한 그랬다. 나도 다 포기했었다. 아니 다 포기해야만 했다. 더 이상 대학이 내 밥벌이를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에서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나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공부한 보람도 없이 졸업과 동시에 빚 많은 고학력 실업자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기업 인턴으로 그리고 대기업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정규직의 벽은 높기만 했다.






사실 나는 요리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계속되는 사업실패로 엄마가 작은 식당을 하며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엄마의 희망이 되는 것이었다. 엄마는 하루종일 식당에서 힘들게 일을 해서 알코올 중독자 삼촌과 온갖 핑계를 대며 돈을 가져가는 이모까지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고 술만 마시면 욕을 하고 때리는 남편에게 새벽까지 시달리다가 부운 눈으로 또 일을 가셨다. 그리고 나에게 늘 당부하셨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그리고 내겐 그런 엄마를 외면할 용기가 없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나도 엄마처럼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아니 공부를 하는 척했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엄마의 지난날들을 대신해 엄마가 이루지 못했던 꿈이 마치 내 꿈인 것처럼 연기를 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서 경제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 그때는 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그런데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답이 정해진 정답 사회에서 주입식 교육받고 자란 우리는 나처럼 꿈이 있어도 외면해야 하거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우리가 당연히 행복할 리 없었다. 드디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만 하면 부모님에게서 경제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을 해서 내가 원하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럴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밥벌이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꿈은 꾸는 것조차 사치일 뿐이었다. 꿈을 좇아 간 친구들도 열정페이와 안정적이지 않은 보수 그리고 보장되지 않은 내일에 힘들어했다. 이런 식빵에 잼이나 발라먹는 수밖에. 오늘도 이상한 나라의 우리들은 다 포기하게 만드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도를 닦듯이 살아가고 있다. 이러다 다 산으로 가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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