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by 예영

배터리 10으로 시작하는 날이 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밥을 챙겨 먹는 것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힘도
입꼬리가 올라갈 힘도 없다

게으름으로 치부하다
해가 지고 밖이 어두워지면 알아차린다

근처 가게, 장난감 코너에 간다
어떤 장난감이 내 심술을 풀어줄지 고민한다
클레이, 색칠북, 스티커, 인형을 산다

배가 고프면 맛있는 걸 먹여주고
잠이 오면 잠을 재워주며
재밌는 걸 보고 꺄르륵 웃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가끔 단순해지는 것

현재의 아장아장 울고 있는 나를 달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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