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예영

불안에 뒤척여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내 마음속 지정해 둔 한 사람을 생각해

서툴게 나를 좋아해 주는 걸 상상하며

잠에 들었었다.


어떤 욕망을 채우고 싶었던 건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대로 흐르진 않는 하루 중

엉망진창인 하루를 수용해 주는

그는 꽤 큰 위로가 되었나 보다.


상상의 종류는 다양했다.

나를 좋아해 준다는 전제는 같았지만

같은 반에서 티가 나지 않게

나만 초콜릿을 2개 챙겨준다던가

내가 놀다가 넘어지면 아무도 모르게

밴드를 책상 위에 올려둔다던가


하지만 고3이 되고 공황을 겪어보면서부터는

그 욕망은 더 커지고 왜곡되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몰래 숨을 몰아쉴 때면

신경이 쓰여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걸 상상했다.

우연히라도 힘들 때 마주쳐 위로가 돼주길 바랬다.


대학교를 들어가고 사람들에게 지치고

혼자 일어서는 방법을 알게 된 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며

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틀어놓고 잠에 든다.


미래가 너무 불안해 눈이 감기지 않는 밤이면

타로 리딩을 틀어

내가 나중에 얼마나 잘되는지,

지금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실체도 없는 무언가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


또 많은 날이 지나가고

가치관이 바뀔 만큼의 일이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기댈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알겠다

허상의 누군가도, 무언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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