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잔

by 지세훈 변호사

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 소송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한결같다. 이혼은 마치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이 한순간에 손에서 미끄러져 깨지는 것과 같다. 처음엔 단단해 보이고, 유리의 투명함처럼 서로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관계가, 어느 날 갑자기,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생각보다 멀리 흩어지며, 치우기 어려운 고통을 남긴다.


이혼 소송은 그 깨진 조각들을 치워가는 과정과도 같다.


유리잔의 파편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의 상처들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그것을 치우고 마무리하는 과정은 결코 깔끔하거나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의뢰인들이 이혼을 결심하고 내 앞에 찾아왔을 때, 그들의 눈에선 이미 관계의 파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들은 마치 깨진 유리잔을 손에 들고, 그 조각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몰라 내게 묻는 사람들처럼 다가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법적 절차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이 감정적으로 겪고 있는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 이혼 소송이 단순히 서류 작업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로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산, 자녀 양육, 시간의 분배와 같은 차가운 문제들로 마주해야 한다는 현실은 너무나도 아프다.


유리잔의 조각을 치우는 일처럼, 이혼 소송의 과정 역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그 조각들이 상대방을 더 아프게 찌를 수 있다. 나는 의뢰인에게 법적 조언을 할 때마다 그들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유리잔의 조각들을 천천히 치우듯, 모든 결정을 신중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나도 완벽하지는 않다. 때로는 그 유리잔 조각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기도 한다. 소송이 길어지고, 분노가 쌓일수록 그 파편들은 의뢰인뿐 아니라, 변호사인 나에게도 닿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역할이 단순한 법적 대리인을 넘어, 감정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의뢰인에게 있어 이혼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마치 깨진 유리잔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듯, 그들은 새로운 삶을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모든 조각이 치워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치울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유리잔의 조각처럼 그 상처들이 발에 박힐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혼 소송은 유리잔이 깨지는 과정과 같다. 처음엔 깔끔하고 완벽했던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파편을 하나하나 치워나가는 과정은 어렵고 고통스럽다. 나는 그 과정에서 그들을 법적으로 돕지만, 그들의 감정 역시도 보듬어야 한다. 그들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나는 그들에게 법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위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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