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문을 열었을 때 서류 뭉치가 바람에 흩어지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잘 정리되어 있던 종이들이 갑작스럽게 사방으로 날아가, 손 쓸 수 없을 만큼 여기저기 흩어진다. 그때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불안감과 동시에,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에 놓으려는 안간힘을 쓰게 된다.
이혼 소송의 절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음 의뢰인을 만날 때, 그들은 혼란스러워한다. 관계가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그들은 수많은 서류와 절차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법적 절차는 너무나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끝없이 쌓여간다. 마치 바람에 흩어진 종이처럼, 그들의 삶도 이제는 더 이상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책상 위에 놓인 이혼 서류들은 하나의 파편화된 관계를 의미한다. 그 종이들은 단순한 법적 문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그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감정이 모두 담겨 있다. 이혼 소송은 그저 서류 몇 장에 사인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서류들 하나하나에는 그들이 함께 쌓아온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정리해야 하는 고통이 녹아 있다.
바람에 흩어진 종이들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흩어지는 속도는 빠르고, 손은 그만큼 느리다. 마치 이혼 소송에서 의뢰인들이 그들의 감정과 현실을 다시 정리하려는 모습과 같다. 그들은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모를 종이 한 장처럼, 그들의 감정과 삶의 중요한 조각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나는 그들에게 법적인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서 그들의 감정은 여전히 통제할 수 없는 바람처럼 흔들린다. 한 장의 종이를 가까스로 주워 들었지만, 또 다른 종이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그들은 법적 절차를 따르며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만다. 나 역시 그들에게 법적인 조언을 하면서, 그들이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돕고 싶다.
그러나 변호사로서의 나도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많은 조언과 방향성을 제시해도, 그들의 감정적 혼란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나는 그들에게 질서와 구조를 제공할 수 있을 뿐, 그들의 마음속에서 흩어진 감정의 조각들을 모두 모을 수는 없다.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종이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버렸고, 그들이 그 조각들을 다시 모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의뢰인들은 점점 더 많은 서류를 검토하고, 더 많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그들의 감정이 곧바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겠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혼 소송이 끝난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이 바람에 흩어진 종이들을 모아야 한다.
이혼 소송은 그저 서류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다시 모으는 과정이다. 때로는 그 종이 한 장이 너무 멀리 날아가 잡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잡을 수 없는 종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선생님의 인생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들에겐 여전히 남은 것들이 있다. 다만 그것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내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종이들이 모두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그 중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소송이 끝난 후에도 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며, 그들이 이 복잡한 절차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진 종이들처럼, 이혼 소송은 때때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서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그들이 놓친 종이들을 대신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서류 작업은 끝나겠지만, 그들이 새로운 질서를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그들을 지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