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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스키펄 Jul 15. 2024

기억

시간의 축적

은우를 키우면서 가끔 나의 어릴 적 기억이 선명해질 때가 있다.


유치원 하원차에서 집에 뛰어가던 내 모습,

고구마 맛탕 시럽이 생각처럼 되질 않아 속상해하던 우리한숙씌,

박스 뒤집어서 발모양 따라 그려 만든 슬러퍼,

케첩떡볶이 향기,

처음 생리했다고 자전거에 장미꽃 꽂아 오르막을 올라오던 우리 맘의 심장소리 등.


이상하게도 멀리 여행을 갔던 순간들은 그다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부모님은 나에게 큰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준비했을 텐데.


생각해 보면

엄만 늘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었다.

가끔 카톡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하면,

늘 부족해서 미안했는데 그렇게 생각해 주니 감사하네 라며

두배로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지만.


 IMF가 우리 집을 전통으로 저격했  크리스마스엔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돈이 없었나 알사탕을 걸어났네"라며 미안한 얼굴로 저녁 상을 차리던 모습이 갈수록 또렷하게 떠오른다. 제법 큰 딸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모를 거라 생각한 건지, 알면도 챙겨주고 싶었던 건지 알 순 없지만 우리 엄만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최선을 다해 나에게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어줬다.


덕분에 우리 아들은 아직도 친구들이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얘기해도 매년마다 찾아오는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다.


어릴 때 크게 사춘기가 없었던 게

내가 철이 빨리 들어서 그랬다고 여태껏 생각하고 살았는데

돌아보니 사랑을 많이 받아, 차마 그 사랑에 배신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못한 사춘기를 아줌마가 된 지금에야 세게 하고 있지만 지금도 자꾸 돌아보면 좋은 추억들이 많아

감사함으로 마무리되는 요즘이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 따라 긍정의 의미로, 부정의 의미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야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해준 모든 것 최선이었다는 것.

부모가된 지금에서야 어느정도 답을 찾은것 같다.


우리 귀여운 한숙씌.

나 키운다고 고생했어요.

은우가 다음 생에 자기 딸로 태어나면 나쁜 거 빼고 다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좋더라.

다음생에 내 딸로 태어나 

나쁜 거 빼고 다하게 해 줄께

많이 감사하고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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