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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열번째 이야기> 첫 전동 톱질로 완성시킨 장혀

- 두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우리 10명의 학생들은 2팀으로 나누어서 대부분의 작업을 진행하였다. 팀은 단순하게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속한 B팀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B팀 멤버들은 집에서 취미로 목공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어서, A팀 구성원들보다 작업속도가 빨랐다. 서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목한 작업결과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속한 팀이 잘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자칫 A팀의 젊은 친구들이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까 염려가 되었다.   지난 번에는 도리를 만들었고, 이제 장혀를 만들 차례이다. 장혀는 기둥 위에 얹혀지고, 장혀의 위에는 도리가 들어서게 된다. 따라서 서까래의 하중을 도리와 함께 장혀가 분담하고, 이것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짓고 있는 한옥에는 3치 두께에 7치 넓이의 장혀가 필요했다. 원목이 반듯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약간씩 휘어져 있기 때문에, 3*7치의 직사각형 모양이 나올 수 있도록 치목하는 것이 어려웠다. 먼저 원목의 휘어진 정도를 감안해서, 원목의 양끝 면에 십자반을 그려 넣는다. 이때 균형추/수평자/먹선 등을 이용하게 된다.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굽어진 원목을 이용해서, 직사각형 모양의 장혀를 만드는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중심점과 십자반의 선을 옮겨 가면서, 다시 그려 넣어야만 했다. 원목 양끝 면의 십자반을 서로 연결했을 때, 직사각형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원목 안에서 만들어질 모양을 상상하면서 밑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원목 양 끝면에 십자반을 그리고 난 후, 양쪽에 그려진 십자반의 대응점끼리 먹선을 이용하여 연결시킨다. 나무 위에 먹선이 쳐지게 되면, 장혀를 치목하기 위한 밑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밑그림이 그려지게 되면, 전동 톱을 이용해서 맨 바깥쪽 선을 따라 원목을 잘라 나갔다. 

 숙련된 기술자는 전동 톱으로 원목을 원하는 선을 따라 똑바로 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초보자들이어서, 실제 치목을 해야 하는 선보다 2푼 더 바깥쪽 선을 따라 잘라 나갔다. 실수할 것을 대비해서 2푼의 여유를 둔 것이다. 

  먹선을 따라 전동 톱으로 나무를 잘라나간다고 해도, 실제 원목 안으로 들어간 전동 톱은 먹선보다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비스듬히 잘라나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나도 먹선 안쪽으로 전동 톱이 파고 들어갔는데, 이것을 본 선생님이 주의를 주어서 다시 시도를 해야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전동 톱으로 원목의 먹선을 따라 3~4센티미터 정도 가이드 선을 만들어 주고, 다음 번에 좀 더 깊숙히 전동 톱으로 잘라나가는 방법을 쓴다. 

  양면을 잘라낸 원목을 작업대위에 올려놓고, 홈대패와 전기대패를 이용해서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나서 아직 치목하지 않은 원목의 다른 두 면을 잘라내기 위해, 먹선을 이용해서 7치 선을 그었다. 그리곤 이곳을 홈 대패와 전기 대패를 이용해서 잘라내면, 하나의 장혀를 완성할 수 있다.

  학교 수업과 선생님, 그리고 팀원들이 모두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번 주일은 지난 주일과 다르게 매우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중간에 몇 명의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한 날도 있고 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어쨌든 재미있는 한 주였다. 다음 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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