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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열한번째 이야기> 기둥위에 얹힐 주두 만들기

- 점차 익숙해지는 평창생활의 즐거움을 느끼며

  평창에 온지 벌써 한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이곳 마을과 주변 자연환경, 그리고 학교도 낯설지 않다. 점차 정이 들어간다. 반면에 서울이나 인천에서 만나고 싶은 친구들과는 주말에만 시간을 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까 만남의 시간들이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송대표 일행과 만나서, 술을 마셨다. 송대표 일행과는 골프를 친 후, 회와 함께 소주를 마셨다. 대학동기인 송대표도 지금 다니는 벤처캐피털회사에서 나가야 할 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리라. 제2의 인생을 다른 동료들과 함께 벤처캐피털 회사를 차리고 싶어했다. 아마도 1, 2년안에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송대표를 보면서, 같은 분야에서 같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해 보였다. 그만큼 송대표가 지난 인생을 잘 살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송대표 일행과 한잔 두잔 즐겁게 마시다 보니까 많이 마신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월요일 새벽에 평창으로 가는 길이 약간 힘들었다. 평창에 도착해서 집에 차를 놓고 학교까지 걸어갔다. 평창의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평창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오늘은 주두(柱頭) 만드는 법을 배웠다. 주두는 원주나 각주, 벽기둥 상단에 얹혀, 처마도리나 위의 아치를 지탱하는 부재로서, 구조적으로 건물 상부로부터 무게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둥의 머리에 얹히는 경우에는 기둥 사이즈와 맞아야 하고, 다른 부재와 맞물리도록 홈을 파내야 한다.

  

  먼저 주두를 만들 수 있는 사이즈의 원목을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낸다. 기둥만큼 두꺼운 원목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동 톱으로 잘라내야 한다. 제일 자신없는 전동 톱을 실습할 수 시간이었다. 여전히 나는 전동 톱으로 통나무를 반듯하게 잘라내지 못했다. 톱날이 정확하게 그어진 선을 잘라 나가도록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자세가 비뚤어진 것 같았다. 선생님이 몇 번 자세를 잡아주면서, 점차 정확한 선을 따라 톱날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낸 통나무를 다시 가운데를 따서, 반쪽으로 잘라냈다. 반으로 잘라낼 때는 2푼정도의 여유를 앞뒤에 둔 다음, 선을 긋고 이 선을 따라서 잘라냈다. 톱질이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여유를 둔 것이다. 톱질을 할 때는 먼저 잘라낼 곳에 그어진 선을 따라 톱으로 얇게 선을 파낸 뒤, 본격적으로 톱질을 하는 것이 좋다. 가이드 선을 따라 자르면, 톱이 비교적 정확한 자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전기 대패를 이용해서 표면을 반반하게 다듬었다. 주두의 모양을 어느 정도 갖춘 나무는 어느 정도 마른 뒤에 홈을 파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실습실 한 켠에 세워놓았다.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일연, 종철과 같이 집주변에 새로 생긴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 새로 생긴 스크린 골프장이라서 그런지,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골프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왜 스크린 골프장을 시골에다 만들어 놓았는지 의아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누가 골프를 치겠는가? 하지만 골프장에 들어선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습 타석이 5~6개 정도 되어 보였는데, 모두 차 있었다. 비교적 젊은 친구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근방에 전원주택이 많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인 것같았다. 이것을 보고서 왜 이 산골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는 지 이해가 되었다. 

  일연은 90대의 스코어 수준에 맞게 잘 쳤고, 특히 드라이버 거리가 제법 났다. 반면 종철이는 많이 헤맸다. 나도 스크린 골프를 많이 쳐보지 않아서, 요령을 모른 탓에 점수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만난 지 얼마 안된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치니까, 재미있었다. 

  2~3시간 골프를 친 뒤, 우리 집에 와서 말벌술을 마셨다. 지난 주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능기가 준 술인데, 술병에 있는 말벌을 보고 와이프가 놀라는 바람에 평창으로 가져다 놓었다. 아랫집에 사는 정수도 불러서 같이 마셨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니까 재미있다. 몸은 힘들지만. 전혀 새로운 영역이라서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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