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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아홉번째 이야기> 소주를 부르는 도리만들기

- 두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지난 월요일에 서까래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어제까지 이틀에 걸쳐서 8개 정도의 서까래를 한옥반 동료들과 만들었다. 조금씩 휘어져있던 나무가 좀 더 곧은 모습으로 깎여나가는 것이 참 좋았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홈 대패와 전기 대패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가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오늘은 도리만드는 법을 배웠다. 한옥 집의 기둥 위에 얹혀져서 뼈대를 이루는 것이 보와 도리이다. 보는 기둥과 기둥사이에서 집의 짧은 부분을 지탱해 준다고 하면, 도리는 길쭉한 부분을 잡아준다. 대들보와 같이 보는 집안의 천장을 가로질러 놓여 있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지만, 도리는 벽채와 나란히 상단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도리가 뼈대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서까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무겁고, 곧게 뻗은 소나무를 재목으로 쓴다. 우리가 만드는 도리는 맛배집 한옥을 지을 때 쓸 재목이다. 

  첫번째 작업은 서까래와 같이, 도리로 사용할 목재의 표피에 있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낸다. 그리고 옹이와 같이 튀어나온 부분을 전동 톱을 이용해서 잘라낸다. 이렇게 1차 작업을 마친 목재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아야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선생님이 지게차로 날라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러 명이 같이 들어서 나르기도 했다. 도리로 쓰일 원목의 두께만큼이나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목재가 다 마른 뒤에는 무게가 많이 줄지만, 잘라낸 지 얼마 안된 목재는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무겁다.  

  작업대 위에 올려진 목재의 두번째 작업은, 일단 깎아낼 부분을 표시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이 작업을 원활하게 하는 도구로 둥그런 도리판을 만들었다. 일종의 도리모양의 틀이다. 도리판은 얇은 합판을 이용해서 만드는 데, 톱을 이용해서 대략적으로 원모양으로 잘라낸 다음, 손 대패를 이용해서 곡선모양을 완성시킨다.도리는 7치와 8치짜리 두 종류로 깎아야 하기 때문에, 도리판도 두 종류를 준비했다. 이 도리판을 소나무 양쪽 끝 면에 대고, 사이즈에 맞는 원을 그릴 때 사용한다. 그리고 때로는 소나무 표면이 그림을 그리지 못할 정도로 거칠어져 있으면, 아예 도리판을 소나무 양쪽 끝 면에 고정시켜서 사용하기도 한다.


  도리판을 이용해서 잘라낼 부분을 표시하기 전에, 먼저 도리가 최대한 직선모양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나무의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천장을 향하도록 놓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리는 서까래보다 직선모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휘어진 부분이 있다. 따라서 목재의 나온 부분을 많이 깎아주고, 들어간 부분을 적게 깎아줘야 직선모양의 도리를 만들 수 있다.  

  도리판을 이용해서 목재의 양쪽 끝면에 원을 그리거나 도리판을 원목에 붙여서 사용할 때,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중심으로 가상의 원이 그려지도록 해야 한다. 이 원이 적정한 위치에 그려지려면, 먼저 목재가 얼마나 휘어져 있는 지 체크해봐야 한다. 먹선을 소나무 양끝에 대고 목재의 들어간 부분과 먹선사이의 거리를 재서, 소나무 위에 적어 넣는다. 그리고 깎아낼 도리의 사이즈와 목재의 사이즈를 감안해서, 적당한 위치에 원을 그려 넣는다.



  사진과 같이 도리판을 고정시켜서 이용할 때나 나무 표면에 원을 그릴 때에 모두 십반선을 그려줘야 한다. 십반선은 수평자를 이용해서 수직선을 먼저 그린 다음, 이것에 직교가 되도록 수평선을 그린다. 이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점이 도리의 중심점이 되는 것이다. 다음에는 원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원 바깥쪽에 깎아내야할 부분을 그려야 한다. 그러려면 도리판의 십반선과 원이 만나는 4개의 지점에 수평자를 이용해서 수직선을 그린다. 소나무 양쪽 면에 원과 접하는 4개의 수직선이 각각 만들어지게 된다.


  양쪽 끝면에 그려진 수직선의 같은 점을 먹선을 이용해서 연결하고, 먹선을 때린다. 소나무 표면에 잘라낼 부분을 먹선을 이용해서 표시하는 것이다. 양끝면에 그려진 4개 수직선의 두 끝점을 이용해서 먹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목재 표면에는 8개의 먹선이 쳐지게 된다. 서까래의 경우는 두께가 얇기 때문에, 굳이 먹선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도리는 두껍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밟아 나간다.


  8개의 먹선 사이를 잘라내게 되면, 8각형 모양의 목재가 나오게 된다. 이 8각형 모양이 양끝면에 그려넣은 원의 바깥쪽에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 작업은 8각형의 목재를 16각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원모양으로 바로 깎을 수 없기 때문에, 원모양에 가깝게 깎아나가기 위해서 8각형에 이어 16각형을 만드는 것이다. 

  16각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8각형을 이루는 각 면의 가운데와 십반선 중심점을 연결하는 선을 긋는다. 그리고 이 선과 원이 만나는 점에서 직각이 되는 선을 다시 그려준다. 이때도 수평자의 45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이용해서, 45도 각도로 선을 그려준다. 그렇게 되면 8각형의 각 면의 중앙부분과 접하는 직선이 8개 만들어지고, 이 직선의 양끝점 16개가 생긴다. 목재의 양쪽 끝면에 각각 16개의 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16개의 점을 이용해서 먹선을 때리면, 목재 표면에 16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선들이 그려진다.  도리가 무척 무거워서 돌려가면서 작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굳이 16개의 먹선을 모두 그린 다음 잘라낼 필요는 없다. 8각형의 두 면에 먹선을 때려서 생긴 절단부위를 잘라내고 난 후, 목재를 돌려가면서 이 작업을 반복한다. 먹선때리는 것이 익숙해지게 되면, 굳이 목재를 돌리지 않고도 8개 정도의 먹선을 때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작업 속도가 훨씬 빨라지게 된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16각형의 나무가 만들어진다. 한층 더 원형에 가깝게 나무가 탈바꿈되는 것이다. 16각형으로 잘린 나무는 전기대패나 손대패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한다. 16각형의 모난 부분을 전기대패나 손대패로 깎아내면서, 원형의 모양을 가질 때까지 대패질을 한다. 그리고 난 후 도리판을 떼내는 데, 도리판위에 있던 십반선을 그대로 소나무 위에 십자모양으로 그린다. 


  이로써 도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조에는 총무와 이일연씨가 목수를 희망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아주 열심이고 잘했다.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A팀에 비해서, 우리 팀의 도리를 만들어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우리 반은 목요일에 이어 금요일까지 팀별로 4개의 도리를 만들었다. 

  하루 종일 도리를 만들기 위해서 무거운 목재를 들어서 나르고, 먹선을 따라서 홈 대패와 전기대패, 그리고 손 대패로 깎아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무척 힘들었다. 서까래깎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는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쉽게 쉽게 도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였으니까.

  오랜만에 땀흘리면서 도리를 깎은 나와 총무,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소주 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 근처의 매운탕 집에 걸어가서, 맛있는 메기 매운탕과 함께 소주를 들이켰다. 지난 주 회식을 했지만, 이렇게 몇몇이서 사적으로 회식을 한 것은 처음이다. 많은 사람이 있었던 회식에 비해서, 소수의 사람들과 먹다 보니까 금방 친해졌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고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한옥 대목수업을 들으면서 맺어진 인연들이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빨리 친해졌다. 이렇게 평창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었다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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