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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여덟번째 이야기> 가장 무거운 4각 기둥 만들기

- 두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다음 날이 주말이어서 그런가?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 생기가 도는 듯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난 후, 우리 38기 10명의 학생들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체조를 했다. 체조는 하체와 core 근육을 발달시키는 약 20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습실이 시멘트 바닥이어서, 서서 체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만든 동작들이다. 각 동작마다 50번씩을 하고 나면, 일부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체조를 하면, 몸이 풀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의 찌뿌듯한 느낌도 사라져 버리곤 한다. 체조가 끝나면 나의 선창에 따라 안전 구호를 했다. “38기” “안전! 안전! 안전! 파이팅!!!” 각별히 안전에 주의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으로 진행되는 구호이다. 


  이렇게 시작된 2주차 마지막 날에는 어제 소개받은 홈 대패와 전기대패를 이용해서, 각목 기둥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 기둥은 4각정 만들 때 쓸 재목이다. 먼저 원목의 나오고 들어간 부분을 감안해서, 가능하면 4각 기둥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나무를 작업대위에 고정시킨다. 

  원목의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천장을 향하게 한 다음, 나무의 양끝 면에 십자선을 긋는다. 그래야 나무의 중심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원목의 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이 어느 정도로 휘어져 있는 지를 먹선과 곱자로 재본 다음, 이 수치를 감안해서 십자선의 위치를 결정한다. 최대한 4각형 모양이 제 수치에 맞게 나올 수 있도록 중심점을 잡는 것이다. 

  십자선이 그려지면, 십자선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기둥 사이즈(1자나 9치)에 맞게 정사각형을 그린다. 원목의 양쪽 끝면에 정사각형이 그려지면, 먹선을 이용해서 기둥위에 잘라내야할 부분을 표시한다. 양 끝면의 정사각형의 네개 꼭지점을 이용해서 먹선을 튕기면 된다.

 일단 먹선이 그려지면, 홈 대패를 이용해서 잘라내야할 부분을 대강 잘라내게 된다. 그리고 난 후 전기대패로 먹선까지 나머지 부분을 절단해낸다. 이 과정에서 잘라내는 작업의 거의 대부분을 홈 대패로 하기 때문에, 홈 대패를 잘 쓸수록 치목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만큼 홈 대패를 많이 연습해야 한다.


  전기 대패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서 4각형의 표면이 잘 정리되면, 표면을 수평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곱자를 잘라낸 수평면에 대보면, 면의 어느 쪽이 올라가 있고 내려가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곱자가 일직선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평하지 않는 면은 전기 대패를 이용해서 좀 더 정밀하게 다듬는다. 물론 이 작업을 하기 전에, 4각 기둥이 수직으로 잘 고정되어 있는 지를 수평자로 먼저 체크하고 나서, 각 면을 수평하게 다듬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기준이 되는 면이 수평으로 잘 다듬어지면, 다음 작업은 그 옆면이 기준면과 직각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깨끗하게 면이 잘 나오는 곳을 기준면으로 잡는다. 4각형이 충분히 나오지 않거나 톱이나 대패질로 인해 패여 있지 않은 깔끔한 면을 기준면으로 잡으면 된다. 따라서 기준면은 전체가 반듯하게, 그리고 수평으로 잘 다듬어 놓아야 한다. 한쪽 면이 수평으로 잘 잡혔다고 판단되면, 다른 면을 똑 같은 과정을 거쳐 수평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서 기준면과 직각이 되는 지 체크해야 한다. 정사각형 모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도 직각모양의 곱자를 활용한다. 이 부분이 제일 고난도의 작업이다.


  처음으로 해본 치목이라서 어려웠지만, 첫 작업이라는 설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렸다. 그러고는 마지막 시간에는 청소를 빨리 한 다음에 족구 게임을 했다. 마침 1년전 한옥학교를 졸업한 선배 2명이 와있어서 이들과 같이 족구를 했다. 이중 한명은 이광수라고 sketch-up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여성분이었다. 더군다나 20대의 젊은 여자라는 점에서 놀랐다. 과정중에 워낙 열심히 해서, 이광수씨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오대산에서 같이 작업을 하고 있단다. 대목과정에도 여자는 매우 드물지만, 한옥을 짓는 목수들중에서도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일하는 것은 재미있나요?” 

내가 물어보니까, 이 분은 ‘힘들지만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성격이 매우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가 드문 이 바닥에서 건승할 것을 속으로 기원하였다.  

  아이스크림 내기를 한 이 족구 게임에서는 우리 팀이 이겼다. 이광수 선배와 선생님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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