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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일곱번째 이야기> 드디어 치목! 서까래 만들기

- 두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평창한옥학교에서의 3주차 월요일은 11월 첫째 날이었다. 화창한 가을 날씨 탓인지 주말이면 약속이 많은 시기였다. 마침 코로나도 가을을 즐길 여유를 잠깐 허락해주었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아쉬워하면서, 지난 금요일에는 대학동기인 송대표 일행들과 제법 술을 많이 마셨다. 

  송대표는 Venture Capital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알게 된 형님, 동생과 동해안에 쉬러 왔다. 내가 평창에 있는 것을 알기에, 가까이 있는 나에게 연락을 줘서 함께 자리를 했다. 이 일행중에는 연예인들의 management를 하는 회사의 대표도 있었는데, 그는 현재 춘천으로 귀촌을 준비중이었다. 이미 8년전부터 춘천에 집을 얻어서 살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귀촌을 준비해왔단다. 현재 춘천의 한 지역에다 집을 짓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날도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짓는 건축회사와 미팅이 있어서, 저녁식사를 한 후 춘천으로 돌아갔다. 우리 나이가 되면 모두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동경하게 되는 가 보다.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 분께 강원도의 풍광 좋은 지역도 추천 받고, 땅과 집의 매매와 관련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술을 마실 때는 기분좋게 마시는데, 그 다음날 후유증이 심하다. 나이들면서 더욱 더 숙취에서 헤어나오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같다. 그래서 인지 월요일 새벽에 인천에서 평창으로 향하는 길이 무겁게 느껴졌다. 

  3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치목하는 법을 배웠다. 월요일에는 서까래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우리가 실습삼아 만드는 집이 12평짜리 맞배 지붕의 작은 한옥집이지만, 서까래가 77개나 필요했다. 그래서 서까래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깎아야 겨우 다 깎을 수 있단다. 선생님이 실외에 쌓아놓았던 서까래용 소나무를 지게차로 실어오면, 그것을 학생들이 들어서 자신들의 작업대에 갖다 놓았다. 서까래는 비교적 가볍기 때문에, 두 사람이 들어서 작업대에 옮길 수 있었다.  

  서까래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작업은 소나무 껍질을 대패로 벗겨내는 작업이다. 껍질을 벗겨내야 깎아내는 부위를 표시하는 먹선이 잘 보일 뿐 아니라, 소나무를 집 짓는 곳에 바로 쓸 수 있도록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다. 소나무 껍질을 벗겨 내는 대패는 일반적인 대패가 아니다. 디귿자 형태의 대패를 긴 나무 막대기에 연결해서, 허리를 덜 구부리고도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물론 손잡이가 짧은 대패도 있다. 이 대패들을 사용해서 소나무 껍질을 비교적 손쉽게 벗겨낼 수 있었다.

  소나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송진을 내뿜는다. 껍질을 벗기면서부터 몸통으로부터 서서히 송진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나무 냄새가 좀 더 강하게 날 뿐 아니라, 작업중에 소나무에 닿은 옷의 부위는 송진으로 인해서 이런 저런 먼지들이 잘 묻는다. 송진이 나오는 것은 소나무가 아픔을 표시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략적으로 껍질이 벗겨지면, 이것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서까래 모양으로 깎아낼 부분을 그리는 밑그림 작업을 진행한다. 이것을 위해서 4치짜리 동그라미 모양의 판자를 원목 양쪽 끝부분에 대고 동그라미 모양을 그린다. 서까래의 치수로 맞추는 작업을 하기 위함이다. 

  서까래용 소나무 원목은 곧은 것일수록 치목하기 좋고, 서까래로 쓰였을 때 보기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나무들은 약간씩 휘어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안해서 가능하면 직선모양의 서까래로 깎아내야 한다. 

휘어져 있는 원목의 경우는 굽어 있는 등 부분을 작업대의 윗쪽으로 향하게 하고, 윗부분에 가깝게 양 끝면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래야 반대편의 움푹 들어간 부분이 서까래에 포함되는 것을 최소화시켜서, 직선에 가까운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소나무 원목이 곧게 뻗어있으면 서까래 만드는 작업이 쉬운데, 그렇지 않고 중간에 들어가거나 나온 데가 많으면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 된다. 하지만 작업하기 어려운 원목조차도 교육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우리들의 호기심과 향학열앞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그라미로 밑그림을 그리고 난 뒤, 홈 대패로 옹이부분 등 울퉁불퉁한 부분을 먼저 깎아낸다. 그리고 소나무 양쪽 끝면에 그려진 동그라미의 선들이 이어진 가상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선보다 바깥부분을 우선 홈 대패를 이용해서 깎아낸다. 

  홈 대패는 나무의 많은 부분을 짧은 시간에 깎아낼 때 활용된다. 홈 대패의 날은 좁으면서 힘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에 나무를 깊숙히 깎아낼 수 있다. 그래서 단번에 푹 파이도록 깎아내는 홈 대패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부담스러웠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동그라미 선보다 안쪽까지 나무를 깎아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홈 대패를 잘 쓰는 사람이 시간을 줄이면서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이때는 몰랐지만, 나중에는 홈 대패가 얼마나 많이 쓰이고, 또 중요한 기계인 지 알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원목을 홈 대패로 동그라미 모양으로 깎아낸 다음, 전기대패로 원목을 부드럽게 다듬는다. 이때 원목을 돌려가면서 튀어나온 부분이나 각진 부분을 깎아낸다. 원목이 점차 부드럽게 깎이도록, 전기대패의 날을 조정하면서 깎아나간다.

  원목의 양쪽 끝부분에만 동그라미가 그려있을 뿐, 원목 몸통에는 어떤 선도 그려져 있지 않다.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동그라미의 연장선보다 더 많이 깎아내기도 한다. 내가 만든 서까래중 하나가 한쪽 부분은 4치로 깎였는데, 반대쪽 면은 이것보다 작게 깎이고 말았다. 홈 대패로 깎아낸 다음,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전기 대패로 너무 많이 깎아내서 생긴 일이다. 잘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열심히 한 탓이다. 선생님은 이것을 서까래로 쓰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꾸중을 하셨다. 하지만 ‘이곳은 실습하는 곳이고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초보들이 있는 곳이기에, 어쩌면 잘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실수를 해서 위축되어 있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이런 말을 해주곤 했었다.)

  홈 대패와 전기대패로 동그라미 모양의 원목을 만들고 표면을 어느 정도 부드럽게 다듬은 다음, 손 대패를 이용해서 표면을 매끈매끈하게 만든다. 이때 마디부분중에는 손 대패 날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움푹 패여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은 날이 작은 남경대패나 배부분이 불쑥 튀어나온 배대패로 깎아낸다. 이렇게 표면이 매끈매끈해지만, 서까래가 완성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주요 부자재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서면서,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일에 몰입하다 보니까, 쉬는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홈 대패와 전기 대패를 여기 저기서 사용하게 되면,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인해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일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쉬는 시간에 못 쉰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목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열심히 나무를 깎아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모습으로 탄생했을 때 느끼는 쾌감에 행복해했다.

  나무를 깎을 때는 나무가 내뿜는 송진 냄새도 좋지만, 나무를 깎을 때 손에 전해오는 느낌이 아주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특히 손 대패로 나무를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에서는, 손 대패에 나무 껍질이 한꺼풀씩 부드럽게 벗겨질 때는 쾌감도 느껴진다. 손 대패가 나무를 한번 지나갈 때마다, ‘삭삭’하는 소리가 나면서 벗겨진 나무 껍질이 말려 올려질 때마다 내가 뭔가 해내고 있구나 하는 성취감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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