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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24. 2022

<농촌 체험하기> 횡성군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서른번째 이야기

  6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오후 ‘농촌에서 살아보기’ 10명의 동기들은, 산채마을의 1765삽교 카페에서, 횡성군 농정과장님을 비롯해서 계장님, 주무관님과 같이 빙 둘러 앉았다. 얼마 전에 1765삽교 카페가 내부를 크게 확장하면서,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곳에는 무대도 있어서, 가끔씩 이벤트도 할 수 있는 용도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농정과장님은 횡성군의 전반적인 귀농 귀촌 지원제도에 대해 설명하였다. 더불어서 귀농 귀촌을 그르치게 되는, 잘못된 사례들도 소개해주었다. 전원주택 개발 택지를 잘못 사서 사기를 당한 이야기, 농업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가 망한 이야기 등등… 그러면서 땅이나 집을 사는 등 투자를 하기 전에 의심스러운 점이 생기면, 횡성군의 관련 부서에 반드시 문의를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였다. 이후 동료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미팅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보통은 공무원을 만나려면 관공서를 찾아가야 한다. 거기에서도 과장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런 공무원, 그것도 과장님을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감사했다. 횡성군의 농업에 대한 지원 체계가 얼마나 잘 굴러가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처음 귀촌이나 귀농을 생각할 때, 횡성보다는 평창과 홍천을 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횡성에서 진행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둔내면으로 왔다. 그렇게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가 바로 횡성의 농촌에 대한 지원체계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군과는 다르게 횡성군의 귀농 귀촌에 대한 홈페이지가 따로 있었고, 그것도 update가 충실하게 잘 이루어졌다. 홈 페이지를 따로 관리해야 할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었다.


  과장님과의 미팅이 있고 얼마 뒤, 나와 동료들은 횡성군 공근면에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부나 축산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효과적으로 농작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농업에 필요한 각종 농기구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은 종자를 개량하는 사업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농민들이 필요로 하지만, 농민이 직접 구매하거나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농민들이 직접 진행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더군다나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보완이 잘 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농사짓는 전답의 토질 분석과 처방에서부터 시작해서, 농산물을 기를 때 필요한 각종 미생물을 배양해서 나눠주고, 농기계를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준다. 특히 횡성군에 주소를 둔 농부가 농기계 임대를 원할 경우, 필요한 곳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도 해준다. 농기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큰 트럭을 포함해서 농기계 배달에 필요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농부는 임대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이 원하면 수확한 농산물의 농약검출을 비롯한 안전성 분석도 해준다. 그리고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해서 가공품을 만들고자 할 경우에는, 비치된 각종 기계를 가지고 냉동, 건조, 추출 등 다양한 과정을 실험해준다. 

  기술센터의 여러 직원분들이 나와서 업무를 설명해주었다. 그동안 봐왔던 공무원들의 딱딱함이나 관료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횡성으로 귀촌, 귀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횡성군의 군민 1인당 예산이 원주시민의 1인당 예산보다 많다고 한다. 물론 전체 예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주시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중심의 개방경제체제로 발전을 하면서, 농업부문의 희생이 컸다. 그 대신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많이 늘려왔다. 농산물의 무기화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국제 정세를 보면, 농업 보조금이 필요 불가결한 것임을 알게 된다. 

  단순하게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예산을 많이 준다고 해서, 그 혜택이 고스란히 해당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횡성군이 왜 군민들에게 잘 할 수 밖에 없는 지를, 몇몇 공무원과 군청 및 관련 기관의 역할을 보면서 피부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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