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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2. 2022

<농촌 체험하기> 전문가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서른 여섯번째 이야기

  “이 교육시간을 잡기 위해 저하고 통화를 하신 분은, ‘농촌에서 살아보기’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아무 것도 맡고 있지 않는데요.”

  “그럼 제가 아무 것도 담당하고 있지 않은 사람과 대화했었던 건가요?”

  친환경 농법 교육을 시작하려던 박선생님과 제일 앞에 앉아 있던 나와의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이다. 박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불만스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 교육시간을 잡기 위해서, 거의 한달 전부터 박선생님과 접촉했었다. 그런데 일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6월초 어느 날이었다. 김대표님이 산채마을에서 교육받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외부 전문가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하였다. 10명의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생들은 각기 귀농이나 귀촌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달랐다. 단순하게 텃밭을 가꾸면서 살고 싶다는 귀촌 희망자부터, 농산물 가공이나 유통 등 농업 서비스 분야에 몸담고 싶다는 동료들까지 다양했다. 그래서 산채마을 교육내용에 빠져있는 부분을, 횡성군내의 외부 전문가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해당 교육을 받으면, 군에서 교육비도 지원해주었다.

  내가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농업교육 포털의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주로 들었다. 그 중에서 토마토를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는 강사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둔내면에서 가까운 안흥면에 살고 있는 박선생님의 강의였다. 인상 깊은 교육내용이었다. 그래서 6월초에 연락을 했고, 이것이 7월초 교육시간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처음 전화했을 때, 나를 무척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농촌의 전문가들은 농촌에 들어와 살고자 하는 귀농 귀촌인들에게 호의적이어서, 거의 무료로 교육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기우였다. 박선생님은 무료 교육은 고사하고, 일정 수준의 교육비를 받아야 시간을 내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했던 강사료보다 많았다. 내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결국 첫 통화에서는 강사료 때문에, 교육시간을 잡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대표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김대표님 본인도 한참 교육을 다닐 때는, 그 정도 금액의 강사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횡성군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1급, 2급 등으로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만큼 강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강사들의 교육프로그램이 활발하다는 이야기이다. 안흥면의 박선생님은 1급 강사 중 한 명이었다. 


  박선생님은 비닐하우스 3,600평, 노지 13,000평의 규모로 크게 농사를 짓고 있었다. 더군다나 친환경 농약 제조공장과 다양한 농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친환경 토마토를 15년채 서울 현대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의 까다로운 친환경 기준을 지키면서, 15년이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박선생님은 자신의 토마토가 전국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농사짓기 어렵다는 친환경 농법으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한 박선생님이니만큼, 교육 의뢰가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횡성군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강의 요청이 들어온단다. 하지만 매일 토마토를 비롯해서 다양한 작물을 관리하고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가능할 때만 교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7월초 우리의 강의는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강의 시간이 총 3시간이나 되어서, 오랜동안 앉아 있어야만 했던 동료들이 따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비료를 제조하는 법이나 토마토를 키울 때 친환경 농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가 등의 내용이 나왔을 때는 무척 재미있었다. 박선생님의 전문성이 느껴졌다. 

  3시간동안 실내수업을 진행한 다음, 박선생님이 농사짓는 비닐하우스 견학을 나섰다.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여러 명이 토마토 출하를 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트럭이 출하장 앞에 주차하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포장작업과 태그 붙이는 작업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로 옆의 토마토 비닐하우스로 갔다.   

   토마토 비닐하우스 안에는 다른 농가와 다르게, 2줄심기로 이랑이 만들어져 있었다. 2줄심기는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토마토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고랑이 넓어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고랑에는 부직포를 깔아 놓아서, 풀 한 포기 없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18~20단까지 화이 분화를 시켜서 그런지, 토마토 줄기가 끝도 없이 뻗어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이 토마토로 정글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토마토도 많이 달려 있었다. 설명하고 있는 박선생님의 얼굴에서 전문가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 


  친환경 토마토 농법 이외에도 6개월동안 이런 저런 외부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서 농촌에 살고 있는 전문가들이, 교육을 중요한 비즈니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사만 지어서는 소득을 올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산물 가공이나 유통사업을 하는 농민들이 많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서 교육사업을 진행하여, 소득을 추가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농업이라는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사짓는 것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노하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박선생님이 정당한 강사료를 요구했는 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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