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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7. 2022

<농촌 체험하기>신음하는 야채들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서른 일곱번째 이야기

  “이 밭에 심어진 고추나무를 모두 뽑아내야 해요.”

  농약 전문가인 식물병원 원장님이 최선생님에게 이야기했다.

  “네? 모두요?”

  최선생님이 놀라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50평의 개인 텃밭에 100여그루의 풋고추를 심어 놓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추 잎들이 오그라드는 증상을 보였다. 일명 칼라병이라고 하는데, 바이러스의 확산속도가 빠른 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뽑아내야 했는데, 이것을 몰랐던 최선생님은 결국 심어놓은 고추나무를 다 뽑을 수밖에 없었다.

 

 장마철이 시작된 지 몇 주일이 지나면서, 우리가 가꾸는 밭에 병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표님의 가르침에 따라 칼륨비료를 비롯해서 살충제와 살균제를 주기적으로 뿌렸지만, 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농약분야 전문가인 둔내면 식물병원 원장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

  “살충제의 병 뚜껑은 초록색, 살균제는 분홍색, 제초제는 빨강색, 영양제는 정해진 색깔이 없어요.”

 농약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들에게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강의를 해주었다. 고추의 탄저병, 무나 배추의 진딧물과 벼룩벌레 등의 방제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외에도 농약 치는 횟수나 관리법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중에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벌레에 의해 옮겨지는 병을 막기 위한 농약은 있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병을 낫게 해주는 농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작물에 병을 옮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단다. 그래서 그 원인조차 파악되지 못한 바이러스들이 많아서, 방제하기 위한 농약을 개발할 수가 없단다. 농부들에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실내교육을 마치고 강의실 바로 옆에 위치한 텃밭에서, 우리가 심은 작물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현장 실습을 진행하였다. 마침 촬영나온 터키 tv에서, 동료들의 진지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실 농사를 지을 때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특정 시점에 어떤 농약을 살포해야 하는 지를 아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체에 해가 없을 정도의 양만을 사용해야만 하는 데, 그 양 조절도 어렵다. 그래서 진지한 태도로 강의에 임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tv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뿌리혹병에 걸려 죽어가는 배추, 붕소 결핍으로 중간에 검은 선이 만들어진 토마토, 노균병이 걸려서 노란 반점들이 번져가는 오이 잎 등... 전문가의 눈에는 질병에 허덕이는 작물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가 보다. 우리들의 50평 남짓한 자그마한 텃밭에서 이렇게 많은 병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대규모 경작지에서는 더욱 많은 병해충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농사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충해가 없어도 엄청난 육체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병충해까지 기승을 부리면 농부에게는 큰 부담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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