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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17. 2022

<농촌 체험하기>종석이의 실내포차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마흔 일곱번째 이야기

  깔끔하게 단장된 식당 안에서는 종석이와 아내가 분주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두 사람의 얼굴이 부어 있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도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게를 열자마자 대박이 난 것이다. 두 사람의 얼굴은 부어있었지만,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마자, 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을 같이 받던 동료들을 둔내의 실내 포차 ‘아지트’로 초대를 했다. 이 곳은 종석이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아내가 제안을 해서 시작했단다. 그녀가 성남의 한 식당에서 세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안주 만드는 방법, 손님 응대하는 법 등 실내 포차 운영하는 법을 배워왔다고 한다. 아내 혼자 하기 힘들기에, 종석이가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요리사 출신이기 때문에, 주방을 담당하였다.

  나와 동료들이 ‘아지트’를 방문한 시각은 오후 5시쯤 되었다. 이곳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춘 것이다. 둔내면에는 조그마한 아파트 단지가 2개 있는데, 서로 붙어 있었다. ‘아지트’는 이 아파트 단지의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아파트 단지와 잘 어울리도록, 이 실내포차의 내부도 단순하면서도 잘 정돈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천장은 시멘트 질감을 살리면서,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반면 벽면은 하얀색이어서, 천장의 색깔과 잘 어울렸다. 


  그날 종석이가 추천해주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나와 동료들은 또 한번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그날은 웬일인지 전장군님이 치고 나갔다. 먼저 건배제의를 하기 시작하더니,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평상시에는 거의 말이 없는 분인데, 술이 취하니까 재미있었다. 평상시 회식을 하면 의례히 하듯이, 나와 러브 샷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종석이가 내오는 음식들이 맛있었다. 요리법을 배워온 성남의 가게가 주로 20~30대를 주 고객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식들이 젊은 사람들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도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둔내의 MZ 세대들이 모두 이 가게로 모이는 모양이다.

  5시부터 시작된 우리의 회식은 10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술이 취한 전장군님은 2차로 근처 다른 맥주 집으로 가자고 떼를 썼지만, 동료들은 그대로 산채마을로 향했다. 그날 회식 이후 전장군님이 나를 제치고, ‘주당 1호’로 등극하였다. 


  그동안 종석이에게 내가 수확한 꽈리고추, 감자, 단호박 등을 여러 차례 가져다 주었다.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같이 평창의 한옥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에게 둔내면을 소개시켜준 고마운 친구이다. 

  그날 동료들을 초청한 것도 그의 가게 매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석이도 내 마음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날 회식에서 꽤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는 데도 불구하고, 계산한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회식을 진행했던 날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동료들도, 종석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 회식자리를 마련한 나도,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서비스를 많이 해준 종석이에게도 모두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둔내면에서 6개월동안 진행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훈훈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농산물을 수확하는 시기에는 내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 삼천평이 넘는 밭에서 꽈리고추, 옥수수, 감자, 단호박, 고구마 등 많은 작물을 수확하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깝게 지냈던 고등학교, 대학교와 회사의 동료들과 선후배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수확한 농산물을 보내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의 연락을 받은 동료들은 모두들 감사해했다. 농산물을 주고 받는 행위보다는 그것을 기회로 서로를 한번이라도 더 챙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귀중하게 느껴졌다. 종석이가 술 값을 깎아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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