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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24. 2022

<농촌 체험하기>외국인 노동자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마흔 아홉번째 이야기

  “우와~ 엄청 빠르네!”

  “농담할 시간이 없네.”

  옆에서 감자를 줍고 있던 최선생님 형수님과 전장군님 형수님이 놀랍다는 듯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들 옆에서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 앞쪽에는 기계로 캐놓은 감자들이 밭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땅 위에 놓여진 감자들을 빨간 고무대야에 옮겨 담았다. 고무대야가 감자로 가득 채워지면, 남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고무대야를 트랙터에 달린 커다란 마대자루에 옮겨 넣었다.


    9월 중순 어느 날, 나와 동료들은 태기산 중턱에 자리잡은 팀장님의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그 동안 일손이 부족해서 수확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밭이어서, 우리가 도와주기로 했다.

  4백평 정도 되는 밭에는 대부분의 옥수수가 쓰러져있었다. 근처에 풍력발전을 하는 바람개비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바람이 센 지역이어서, 옥수수가 서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힌남노가 왔을 때, 비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어댔다. 쓰러진 옥수수 줄기에서 옥수수를 따는 작업은 힘들었다. 땅바닥에 엎드려서 옥수수를 찾아야 했으니까. 다행히 옥수수 밭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30분 정도 만에 옥수수 수확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들이 옥수수 수확을 하고 있는 곳의 바로 옆에서는, 대표님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이 감자 수확을 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거의 2만평에 가까운 밭에서 감자를 재배하였다. 그날은 1만평 정도 크기의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었다. 수확한 감자는 H제과에서 사가서, 감자로 만드는 과자의 원료로 쓴단다. 그만큼 감자가 맛있고, 실했다. 

  마침 옆에서 옥수수 수확을 마친 우리들을, 대표님이 감자 밭으로 불렀다. 1시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이 감자 수확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작업을 하는 지, 체험해보라는 의도였다. 그만큼 감자 수확의 전문가들이었다. 어느 수준으로 작업을 해야 잘하는 것인지를 깨닫는 한편, 나중에 그들을 고용했을 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자 수확을 하고 있는 밭에는 1대의 감자 캐는 기계와 2대의 트랙터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줍기에 앞서서, 감자 캐는 기계가 열심히 땅속의 감자를 캐내고 있었다. 2대의 트랙터 앞쪽에는 600kg짜리 커다란 마대자루가 걸려 있었다. 20명 내외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줍거나 주워담은 감자를 마대자루에 옮겨 싣고 있었다. 그들의 뒤를 트랙터가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 여자동료들은 밭에 흩어져 있는 감자를 고무대야에 담고, 남자동료들은 가득 찬 감자대야를 마대자루로 옮겨 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가 우리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의식하면서, 나와 동료들의 손도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농담을 주고 받던 동료들도 조용히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농담할 시간이 없었다. 쭈그리고 앉아서 감자를 주우면서,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흡사 군대에서 벌을 설 때, 오리걸음으로 걸어가는 자세와 비슷했다. 거기에 감자까지 주워담아야 했다. 60대의 동료들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50분쯤 지났을까? 키가 큰 한국 남자분이 호각을 불어대는 것을 신호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 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감독이었다. 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의 작업그룹이 되어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의 작업그룹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작업을 잘하는 그룹이란다. 그건 감독이 일하고 쉬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주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기 때문이란다.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일을 하나요?”

  “이런 속도로 하루에 10시간 정도 일을 하지요.”

  최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키 큰 감독이 대답했다. 감자 줍는 일에는 전문가들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하루 일당 14만원을 받는단다. 한국인 근로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일당을 받을 정도로, 일을 잘 한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같이 일해보니까, 수긍이 갔다. 

  우리는 당초 약속대로 한 시간만 같이 일을 했다. 그들이 작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수확한 옥수수를 실은 트럭을 운전하여 산채마을로 향하던 나는, 조수석에 탄 신반장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금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한 몫을 하네.”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이유가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일도 전문가 수준으로 잘하네요.”  


  농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미래에도 농촌에서의 일손 부족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이 절실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젊기 때문에, 농사일에 대한 숙련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에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인식을 바꿔야만 한다. 후진국에서 돈을 벌려고 온 이질적인 존재가 아닌, 같이 일하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난할 때, 선진국에 가서 일하면서 받았던 설움을 이들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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