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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27. 2022

<농촌 체험하기>윤토마하우스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쉰번째 이야기

  동료들의 책상 위에는 예쁘게 포장된 종이박스가 놓여 있었다. 종이박스 안에는 비닐로 포장된 들깨강정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나는 강정 하나를 꺼내서 먹어 보았다. 들깨 향이 나는 담백한 맛이었다. 

  “수제 들깨 강정이에요. 귀농한 직후에는 과일 청을 만들었는데, 잘 안 팔리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윤토마하우스의 여사장님이 강정을 맛보는 우리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윤토마 하우스의 사장님 부부와 중학생 아들은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는 마니아들이었다. 2016년 겨울에도 횡성군 둔내면에 있는 웰리힐리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다. 그때 이들 부부의 눈에 스키장 주변의 마을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를 짓고, 카페를 열어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들은 어떤 준비나 계획 없이 귀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러나 귀농을 위한 보금자리를 짓는 작업부터 어려움이 닥쳤다. 주택업자가 집을 짓다가 도망가버려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것이다.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이들은 동네 마트에서 알바를 하거나 다른 농민들의 농사를 도와주는 등 온갖 궂은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들이 꿈꾸면서 개업했던 카페도 손님 얼굴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둔내의 주산물인 토마토를 가지고 만든 잼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귀농한 후 5년은 너무 힘든 기간이었다. 

  정착하기까지 고생한 탓에, 지금은 여기 저기서 실패담을 들려달라는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단다. 성공담 못지않게 실패담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토마토 잼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지금은 깨강정을 만들어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단다. 잼에 비해서 강정은 비교적 판매가 잘 된다고 한다. 겨울이면 남편은 스키 강사로 변신한다. 처음 귀농할 때 꿈꿨던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9월초 어느 날 동료들과 꽈리고추 수확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교육을 요청했던 윤토마하우스 여사장님이었다. 우리 동료들의 외부교육 일정을 잡는 것이 내 역할이어서, 내가 접촉했었다.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면 될까요?"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사업에 관심이 많은 동료들이 있어요. 윤토마하우스와 같이, 농촌에서 가공사업을 하려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지 알고 싶어요.”

  동료들 중에서 신반장과 장미씨가 가공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다. 정작 9월중순 교육시간에는 가공사업보다는 귀농 귀촌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들 부부가 귀농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벽과 창문 등의 두께를 가능하면 두껍게 해서 집을 지을 것,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일을 벌리지도 말고, 큰 성과도 기대를 하지 말 것 등 그들이 깨달은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특히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는 농촌에서는 인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공사업을 하기 위해서 허가절차를 밟을 때나, 집을 짓고 밭을 사기 위해 융자를 받을 때에 공무원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단다. 

  공무원과 일을 할 때, 농촌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단다. 이장을 비롯해서 마을의 리더들은 군청 등 관공서의 공무원들과 접촉할 일이 잦기 때문에,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의 추천을 받으면, 공적인 업무의 처리과정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농촌은 작은 규모의 사회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여사장님과 함께 귀농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조언해주던 남사장님의 이야기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농촌에서 토박이와 객지 놈에 대한 차별은, 귀농한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이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좋아요.” 

  처음 회사라는 조직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 노력했던 것처럼, 농촌이라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사회에 융화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귀농 귀촌의 제일 힘든 부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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