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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3

<농촌 체험하기> 전원주택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쉰 한번째 이야기

  “목조주택을 지을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 물 빠짐이에요. 비나 눈이 왔을 때, 습기가 잘 빠져나가야 나무가 오래 가기 때문이죠.”

  통통한 체구의 배사장님이 동료들에게 직접 지은 집을 안내하고 있었다. 마당 곳곳에 배수관을 설치했고, 지붕에서 물이 내려오는 관을 사각형 집의 모서리마다 만들어 놓았다. 집을 둘러싸고 자갈밭으로 설치해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했다. 


  9월 중순 어느 날 동료들은 배팀장님의 오빠인 배영국사장님이 직접 지은 전원주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횡성읍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전장군님이나 앞으로 지을 예정인 나와 동료들을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배사장님은 건축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원주지역을 중심으로 건축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날 방문한 집은 원주시 근교에 있는 배사장님 부부의 전원주택이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나를, 하얀 개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면서 맞아 주었다. 마침 마당에 있던 배사장님 부부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료들을 기다리는 사이에, 집 주변 마을의 경치를 설명해주었다. 1백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여러 채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밭들이 있었다. 배사장님 집의 앞쪽에도 2백평 정도의 밭이 있었다. 건평이 23평이지만, 대지가 200평이어서 넓은 앞마당도 가지고 있었다. 부부가 거주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로 지어진 집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집 뒤나 앞쪽에 모두 나지막한 산들이 있어서, 경치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배사장님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배팀장님을 비롯해서 동료들이 한 명씩 도착하였다. 우리들은 마당에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정자에 둘러앉아서 차를 마셨다. 정자 옆에는 각종 공구를 보관하는 간이 창고가 있었고, 창고의 한 켠에 개 집이 위치해있었다. 전기세를 절약하기 위해서, 창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였다. 정자 안에 멋들어진 나무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것을, 배사장님이 구입해서 잘 다듬어놓은 것이란다. MDF 판자로 지어진 정자 지붕보다도 더 값어치가 나갈 듯해 보였다.

  동료들이 모두 다 도착한 것을 확인한 배사장님은, 자신의 집을 건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몇 가지 포인트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첫 번째는 방한이다. 강원도는 겨울에 춥기 때문에 따뜻하면서도 난방비를 아낄 수 있도록, 집을 지어야 한단다. 거실이나 침실에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가능하면 남향이나 남동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215mm의 벽 두께와 3중창, 화목난로 등이 중요한 난방시스템이었다. 배사장님 집 내부의 마루바닥이 땅으로부터 40~50센티정도 위쪽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밑부분에도 방한재를 넣었다고 한다. 한기가 밑부분에서도 올라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집이 습해지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해놓았다는 점이다. 집 곳곳에 물 빠짐이 잘되도록 배수시설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외벽의 중간 부분에 가로로 관을 심어놓았다. 외벽의 바닥에 설치된 바람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고, 이 공기가 중간부분의 관을 타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단다. 목조주택의 숨구멍이다.

  세번째는 친환경적인 건축재료의 사용과 건축기법이다. 거실 벽에는 벽지 대신에 흰색의 고급 친환경 재료를 썼고, 거실 천장도 화산석 가루로 만든 재료를 썼단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방음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앞마당에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어서 미꾸라지들을 키우고 있었다. 미꾸라지들이 모기 알이나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일부러 만든 연못이란다.


  마당에는 잔디를 깔아서 깔끔하게 정비했고, 잔디 사이에 평평한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았다. 담장을 따라서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등의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배사장님이 원주시 신림면 출신이어서 그런지, 농사를 잘 지었다. 이백 평의 밭에는 들깨나무, 호박, 생강, 오이, 고추, 가지, 콩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호박, 오이, 콩 등 넝쿨을 이루어 자라는 것들을 이용해서, 덕장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들 넝쿨 식물들이 잘 자라면서, 해를 가리는 쉼터를 만들어주었다.


  2시간여에 걸쳐서 전원주택의 건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우리는 배사장님 부부와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주차장에서 제일 안쪽에 있던 내 차가 가장 늦게 빠져나가야만 했다. 먼저 떠나는 다른 동료들을 배웅하던 배사장님이 나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줬다.

  “짓고 싶은 집의 배치도나 크기 등을 간단하게라도 그려보세요. 한번 집을 짓기 시작하면, 설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전원주택의 건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집을 짓기 전에 건축업자와 충분히 이야기하란다. 집을 짓고 있는 중간에 수정이 많아지면 갈등이 생길 뿐 아니라, 건축비용이나 기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십 수년은 살아야 할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니만큼, 많은 공부와 정성이 들어가야만 하는 작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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