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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12. 2022

<열다섯번째 이야기> 켜는 톱과 자르는 톱

  어느 덧 학교에 입학한지 한달이 막 지났다. 나와 동료들은 아침에 맨손체조로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선생님과 함께 전체 미팅을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서 선생님이 입학한 지 한달 지난 것을 축하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 38기가 단합이 잘되어서 분위기가 좋고, 수업진도도 빨리 나가서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평상시 칭찬을 잘 안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칭찬을 받고 모두들 기분좋게 두번째 달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칭찬이 38기의 두번째 달을 활기차게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평창의 날씨는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학교 들어온 뒤, 이번 주가 가장 추웠다. 모두들 창문과 문을 꼭꼭 닫고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목탄난로에서 나오는 연기와 작업중에 나오는 먼지가 뒤섞여서, 실내 공기가 매우 탁했다. 나는 쉬는 시간만 되면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실습장 밖으로 나갔다. 그렇지만 밖에서 오래 머물기에는 너무 추웠다. 특히 학교가 산중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매서웠다. 이렇게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햇빛이 비추고 있어서 무척 맑은 날씨였다. 사진으로 보면, 영하 10도에 가까운 매서운 날씨가 아니라 마치 봄 날씨가 연상되는 날이었다.


  원래 날씨가 좋으면, 야외 실습장에 비계(飛階)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오랫동안 목수일을 했던 사람들은 아시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건축공사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이다. 비계를 이용해서 재료를 운반하거나 작업시 발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외에서 작업을 하도록 날씨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전에는 동료들 모두 열심히 추녀와 서까래를 만들었다. 서까래 만드는 작업이 지루하고 고되지만, 동료들은 묵묵히 자기 하는 일에 집중하였다.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예뻐서, 개인사진을 찍어서 공유해줬다.


  모두들 작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오후에, 선생님이 우리를 불러 모으셨다. 

  “이제 곧 가공작업에 들어갈 거예요. 기둥 끝부분에 보아지, 보, 장혀, 도리가 얹혀지려면, 이것들이 올라갈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주두 등 다른 가공작업도 있고요. 그런데 가공작업을 하려면, 지금 쓰는 자르는 톱 말고 켜는 톱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자르는 톱과 켜는 톱의 톱날을 보여주었다. 나무를 자르는 톱날은 아래 사진의 왼쪽에 있는 것으로, 톱날이 양방향으로 날카롭게 뻗쳐 있었다. 반면 나무를 켜는 톱날은 아래 사진의 오른쪽 날로서, 날이 한 방향으로만 되어 있고 자르는 톱날에 비해서 톱날이 날카롭지 않았다. 자르는 톱날은 나무결의 직각방향으로 자를 때 사용되고, 켜는 톱날은 나무결의 순방향으로 자를 때 사용된단다.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서로 반대의 용도로 톱날을 사용해봤는데, 역시 잘 잘라지지 않았다. 

  자르는 톱날은 날카롭고 양방향으로 되어 있어서, 나무결의 역방향으로 잘라나갈 때 생기는 나무의 저항을 잘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반면 나무의 순방향으로 자를 때는 나무의 저항이 세지 않은 반면에 결을 따라 잘라야 하기 때문에, 톱날이 나무결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한방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이중 켜는 톱날은 추녀나 보 등을 가공할 때 많이 사용되는 톱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르는 톱날만 있는 톱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켜는 톱날이 달려있는 톱이 추가로 필요해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용도가 다른 톱날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면서, 우리의 두번째 달을 시작하는 수업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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