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un 09.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대농(大農)과 소농(小農)

- 귀농 첫해에 겪은 열두번째 이야기

  “대농이 오히려 농사짓기 쉽고, 소농이 더 힘들어요.”

  대표님의 이 말이 내 머리에 꽂혔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기에, 대표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대농은 기계로 대부분의 일을 하는 반면, 소농은 몸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대농은 외국인 노동자나 외부 일손을 활용하기에 충분한 크기인데, 소농은 비싼 품삯을 감당하기 힘들죠.”

  2023년 3월 내 노지 밭의 로터리 작업을 하기 위해서, 트랙터를 가지고 있는 대표님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임대한 100평짜리 비닐하우스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직접 몸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듣고 있던 대표님이 웃으면서 농사일을 할 때, ‘대농’과 ‘소농’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산채마을은 둔내면에서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110가구 중에서 60%이상이 비교적 여유가 있는 귀촌 주민인 탓도 있지만,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만평씩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연 매출이 수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경작을 하기 위해서 트랙터나 관리기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씨 뿌리는 장비, 비료 뿌리는 장비, 로터리 치는 장비 등 많은 기계 장비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기계들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더군다나 같은 작물을 수천평, 수만평씩 재배하게 되면, 관리의 효율성뿐 아니라 비료나 농약 등 투입물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파종이나 정식시기와 수확시기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 등 외부 일손을 활용하기 용이하다. 수십명의 노동자들에게 하루 이틀 어치의 작업량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송사장집에 놀러갔었다. 소주 한잔 하자고 송사장이 초대한 것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던 테이블에 부대찌개와 소주, 막걸리 등이 준비되었다. 나와 신반장, 송사장, 그리고 송사장 집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도와주는 젊은 태국인 부부가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이들 태국인 부부는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수년째 송사장 집에 기거하면서 작업을 함께하고 있단다.

  태국인 부부는 소주를 잘 마셨다.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몇 순배 술잔을 나누었다. 그때 내가 태국인 부부를 보면서 송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겨울 농한기에는 횡성에 일이 없을 텐데, 이 부부는 어디에서 일을 하나요?”

  “겨울에는 남부지방이나 도시 공장에서 일을 한다고 하네요.”

  송사장은 이들 부부가 겨울 동안만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면 송사장 집으로 온다고 했다. 수만평의 밭에 농사를 짓고 있던 송사장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외국인 노동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하기 힘들어 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노동의 수요가 있는 농가에게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기계화가 잘 되어 있고, 외국인 노동자나 외부 인력을 활용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대농이면 신경쓸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소농보다는 대농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밭의 단위면적당 매출이 높고, 관리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통에 있어서도 농작물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유통망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고 좋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대농은 매출액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농촌에서 소농과 대농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농촌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농촌은 근본적으로 노동력이 없는 노령인구가 많기 때문에,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이슈가 된 지 오래 되었다. 대농과 소농간 소득격차 이슈가 부각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소득격차보다는 농산물 자급률을 높여야만 하는 것이 항상 정책의 일순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님에게 트랙터를 빌려 달라고 부탁하던 자리에 마침 팀장님도 같이 있었다. 

  “농사 일이 재미있나요?” 

  팀장님이 웃으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아직 농사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글쎄요. 반반인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면서 애매한 대답을 했다. 왜 농사를 짓느냐는 목표의 차이가 결국 재미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 같았다. 매출과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대농의 꿈을 꾸느냐, 아니면 나이를 감안해서 즐거운 농촌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몸을 많이 써야만 하는 작은 규모보다는 기계 활용이 가능한 최소 규모(5백~1천평)의 농사를 짓는 것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초보 농사꾼의 하루>약속을 지킬 수 없는 농사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